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소상공인들의 체력은 전부 고갈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회장은 이날 대회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 직접 들은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소상공인대회는 1년에 한 번뿐인 소상공업계 최대규모의 축제지만 마냥 즐겁기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현실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최대 애로는 금융비용 부담…전담 금융기관 특화 필요”
소상공인대회는 소상공인의 사회적·경제적 인식을 제고하고 소상공인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법정 기념일인 ‘소상공인의 날’(11월 5일)을 전후해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국민 속의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주역’이라는 주제로 지난 3~4일 이틀간 열렸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세 배나 많은 1500여명의 소상공인이 참여했으며 소상공인대회 최초로 대통령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개막식 현장에 방문해 소상공인들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오 회장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건 대회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면서도 “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대통령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영업자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도 1.15%로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오 회장도 금융비용 부담을 소상공인의 최대 애로이자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최근 소공연이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가 “대출금 상환이 힘들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9.7%는 지난해 대비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오 회장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매출 향상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고금리·고물가에 전기료 및 가스비까지 급등하며 이익이 심각하게 줄었다”며 “여기에 대출이자 상승과 원리금 상환 개시로 소상공인들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약속한 저리융자 자금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개막식에서 “고금리로 인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리 융자자금 4조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저금리 융자는 이자 비용을 낮추고 거치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금융비용으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최근 당정이 8214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환수 계획을 철회한 데 대해서도 “복합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위안이 되는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이 민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길 강조한 이후 현장의 요구사항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취약 차주를 관리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전담 정책금융기관을 특화해줄 것을 윤 대통령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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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용 외에도 소상공인이 넘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나타나는 일자리 양극화, 대형 유통사 및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등이 소상공인의 경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 회장은 “특정 업종에 근로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은 직원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정부가 소상공인 일자리 인식개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자체가 어려운 소상공인도 많다”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두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일회용품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시대·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복합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헤아려 달라는 주장이다.
오 회장은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되 관련 규제는 1년 정도 유예할 필요가 있다”며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온라인 쇼핑이 급부상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장 독점이 우려되는 만큼 강력히 반대한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소상공인이 보호를 넘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오 회장은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온라인 유통 판로 확보와 디지털 전환 지원에 앞장설 것”이라며 “이번 소상공인대회에서 11번가·카카오·네이버·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 기업들과 소상공인 협·단체 간 상생협약식을 체결한 것도 소상공인 성장 지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2021년 8월 제4대 회장직에 선출돼 내년 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소상공인 전용 교육센터를 신설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오 회장은 “정부·국회와 소통을 통해 정책·제도 개선을 이끌고 소상공인 대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