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자수첩]나라빚에 발목 잡힌 국가경쟁력

조용석 기자I 2023.06.22 05:00:00

IMD 국가경쟁력 28위, ‘재정’ 항목 5년새 18위↓
닥쳐올 경제활동인구 절벽…더 중요해진 건전재정
유럽 다녀오고도 재정준칙 법제화 외면하는 국회
“늦을수록 고통스럽다”는 재정학자 충고 되새겨야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한국이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작년보다 1단계 떨어진 28위를 기록했다. 고용·물가 성적이 반영된 ‘경제성과’ 부문은 역대 최고 순위(14위)였으나, 재정건전성 평가가 포함된 ‘정부효율성’에서 2계단이나 하락(38위)한 영향이 컸다. 특히 정부효율성 평가의 세부항목인 ‘재정’은 40위로, 한 해전보다 8단계나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8년 순위(22위)와 비교하면 5년새 무려 18단계나 추락했다. 급격히 늘어난 나라빚이 국가 경쟁력까지 발목잡은 것이다.

3월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공청회 모습(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다. 수년 내 경제활동 인구의 심각한 절벽이 시작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7년 뒤인 2040년에는 인구의 34.4%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2070년 노년부양비(생산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는 100.6명 세계에서 가장 높을 전망이다.

미래에 벌어들일 돈은 적고 쓸 돈만 많은 집이라면, 먼저 할 일은 최대한 빚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나랏돈 씀씀이를 제어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여전히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지난 4월 재정위기 경험을 직접 듣겠다며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이 유럽 비공개 출장을 다녀온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지난 20일 열린 경제재정소위서는 아예 안건으로도 다뤄지지도 않아 6월 임시국회 의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총선 정국이 가까워지면서 앞으로 논의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위원들이 유럽출장 중 다녀온 중 2개 국가(독일·프랑스)는 재정준칙을 국가 최고법인 헌법에 명문화한 나라다. 역시 헌법에 재정준칙 조항이 있는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등 포퓰리즘 재정파탄으로 몰락한 나라가 많은 중남미에서도 경쟁력을 유지,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다. “재정준칙은 파탄을 막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늦을수록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이철인 한국재정학회장의 조언을 국회가 새겨듣길 바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