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하는 위험성 평가]①50인 미만 제조업체 가보니
안전 내세운 경영 철학, 안전모부터 작업환경까지 안전 ‘꼼꼼’
업체 대표 “‘일시불’로 안전 완성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작은 기업이 의사소통 기회는 더 열려, 위험성 평가 효과적”
[용인=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후끈해진 공기에 더운 여름이 다가왔다는 걸 느낀 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수출용 포장전문업체 ‘명성물류포장’(명성)에서는 점심 식사를 마친 5~6명의 직원이 작업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목재를 이용해 수출용 상자를 만들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포장하는 명성은 전체 직원 수가 34명 수준인 소규모 기업이다.
|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수출용 포장전문업체 명성물류포장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상자 조립 작업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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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소매 옷을 입고 있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도 작업에 나선 직원들은 모두 안전모와 안전화, 보호안경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등 복잡하고 거친 작업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장 내부와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명성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 인증을 받은 업체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사업장의 위험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제도다. 명성은 정기적으로 근로자가 참여해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파악할 뿐 아니라, 작업 전엔 늘 위험 요인과 작업 주의사항을 설명하기 위한 회의를 여는 등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자율 체계를 마련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위험성 평가는 최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규제를 나열하고 못 지키면 처벌하는 방식이 산재 감축에 한계를 보임에 따라 정부가 사업주와 근로자가 사업장의 위험을 발굴·개선하는 방식으로 산재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수출용 포장전문업체 명성물류포장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안전 장치가 마련된 목재 절단 설비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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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이 주목받는 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임에도 안전을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점도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는 828명, 이 중 80% 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다. 소규모 사업장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충분한 안전 비용까지 확보하기 어렵다고 항변하곤 한다. 하지만 명성은 사업주의 의지만 있으면 소규모 사업장도 안전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명성 대표는 “창업 전 다니던 직장에서 사고로 근로자가 숨진 뒤 후속 조치 과정에서 사업장이 문을 닫는 경험을 했고, 경영과 근로자 안전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철학을 세웠다”며 “처음에는 작업 현장에 안전의식을 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점차 자리가 잡히면서 오히려 대기업과 계약할 때 내세울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위험성 평가가 사고를 줄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명성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 회사의 안전관리 담당자인 천지민 과장은 “대기업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소기업은 전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기회가 더 열려 있다”면서 “정기적인 평가와 별개로 수시로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면 근로자에겐 안전의식을 심고 현장의 위험요인도 더 수월하게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방글라데시 외국인 근로자 타래가 씨도 “위험요인이 눈에 띄면 즉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또 의견을 말하면 회사에서 고쳐준다는 믿음이 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