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배달전문 떡볶이가게를 4년째 운영 중인 박모(46)씨는 엔데믹 과정 속에서 줄어든 배달 수요와 고물가 부담에 한숨을 내뱉었다. 박씨는 “6개월이면 30만원 쯤 들었던 식용유·소스·떡 등 재료비가 이젠 50만원대”라며 “기본 메뉴 가격을 2만원에서 2만6000원으로 올렸더니 주문이 줄어들고 매출이 30~40%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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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커피 배달전문점을 2년째 운영 중인 30대 이모씨는 “올해 들어 재료비 지출이 10~20% 늘었다”며 “재료를 바꾸면 맛도 바뀌니까 일부 메뉴를 단종시켰는데, 옆집 사장은 유통기한이 짧은 샌드위치 메뉴를 아예 없앴더라”고 했다. 이씨는 “원자재값도 오른 마당에 가격낮은 커피 전문점들이 주변에 생기면서 가격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 초에만 이 근처에서 배달전문점 5곳이 사라졌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 유행시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배달시장은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눈에 띄게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음식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조 18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2814억원)보다 약 11.5% 감소했다. 트렌드 분석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 4월 전국 만 20~59세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3 배달서비스트렌드리포트’를 보면 매장이용이나 포장 대신 배달을 통해 외식을 하는 비중은 30.1%로 2020년 이후 수치가 가장 낮았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의 엔데믹에 바깥활동이 늘은 점, 배달비 부담이 커진 점 등이 이유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박나현(25)씨는 “예전엔 한달에 7번 배달시켜 먹었다면 요즘은 서너 번”이라며 “1만7000원짜리 초밥을 시키면 배달비를 6000원 줘야해 저절로 단념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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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성 경기배달라이더협회 안산단원지회장은 “안산에선 대형 배달플랫폼 배달앱이 라이더에 배달비를 1건당 1만원까지 올려 다른 업체들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배달료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전체적으로 배달료가 비싸지니까 손님이 외면하더라”고 했다. 그는 “대형업체는 라이더를 구해오는 라이더에 인센티브를 주고, 손님들은 각종 쿠폰으로 끌어들이고, 가맹점엔 수수료를 지원한다”며 “똑같이 할 수 없는 중소형 배달대행업체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관악구에서 배달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물가도, 배달료도 쉽게 떨어질 것 같지가 않다”며 “손님이 계속 줄어들 것 같은데 매출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지원을 바라고 있다. 대형플랫폼 몇 곳의 ‘독과점시장’이 되지 않게끔 정부가 중소형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업소들에 배달팁을 지원해줘야 한단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때는 영업제한을 받은 이들에 대한 지원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었지만, 지금 시기엔 ‘왜 배달업계만 도와주냐’는 형평성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리두기와 영업제한 조치를 피해 배달로 활로를 모색한 자영업자를 정부가 외면해선 안 된다”며 “업종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컨설팅 등 구제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