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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줌인] 우리 좀더 서로에게 다정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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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3.01.23 08:09:03

심민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국가트라우마센터장)

[심민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국가트라우마센터장)] 재난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낸다. 평생 일궈온 생활 터전과 재산이 파괴되며, 더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한다. 크고 작은 부상은 심한 경우 후유 장애로 이어진다. 간신히 살아남았더라도 참혹한 장면은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비명과 처참한 모습, 벗어날 수도, 구할 수도 없었던 무력감은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죽음의 공포가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이 있는 듯한 생각마저 든다. 주변의 자극들은 너무도 쉽게 그날의 기억을 소환하고 일상의 모든 것이 두려워진다.

심민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국가트라우마센터장)
곁에서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은 빠르게 사건을 잊어간다. 당사자들에게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그쯤하면 되었다고, 이제 괜찮아질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은 그날의 기억에서 한 발자국도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비수가 된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고통은 세상을 향해 벽을 치게 만든다. 냉담한 말, 편견어린 짐작과 우격다짐, 얼토당토 않은 루머는 당사자들의 회복을 방해한다. 바로 이차 가해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후 정신적 후유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재난경험자 1,390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였다. 자연재난보다 사회재난을 경험했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 재난으로 부상을 입었을 때 정신적 후유증이 증가하였다. 이차 가해와 관련된 이웃, 지자체, 정부와 갈등 역시 재난 경험자의 정신건강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 가해는 재난 자체로 인한 트라우마와 상실 못지않게 커다란 고통이며, 실제로 정신적 후유증을 야기하고 있었다.

정작 누구보다 회복을 바라는 것은 당사자이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생존자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절망의 끝에서 충격과 상실을 받아들이고 일상을 살아가기로 용기를 낸다. 많은 연구들은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이 회복을 위한 힘을 발휘하고 결국 그것이 작동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저 이들의 회복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어렵게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주변의 반응은 일상으로의 회복을 촉진할 수도, 이들을 다시 주저앉힐 수도 있다. 재난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사회의 반응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을 세상과 다시 이어주는 것은 따뜻한 환영, 진심어린 위로, 현실의 짐을 덜어주는 작은 손길이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는 말한다. “우리 좀더 서로 다정하게 해주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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