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번 전당대회가 당 지지율을 높이는 컨벤션 효과가 아닌 과거 이준석 사태와 같이 친윤(親윤석열대통령)과 반윤(反윤석열대통령)의 대결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윤심(윤석열대통령의 의중)과 가장 가까운 김기현 의원이 선두로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기존 반윤의 대표격인 유승민 전 의원은 잠행, 중도확장성이 있는 안철수 의원은 눈치보기 싸움으로 일관하며 당권 후보들 간 경쟁 방식이 한 차원 높은 고차원방식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당 지도부에 속하는 최고위원 선거도 친윤을 자처하는 후보와 이를 견제하는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 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 1명을 선출합니다. 이외에 당 지도부로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당연직으로, 당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1명까지 총 9명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지도부로 구성됩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할 때 당원 투표 100%를 반영(기존 당원 70%·일반 여론조사비율 30%)하도록 18년 만에 전대 룰을 변경했습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책임당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당심=민심’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당 지도부가 이를 개정했는데요. 실제 속내는 일반여론조사 비중을 30% 또는 그 이상을 적용할 경우 일반 국민 인지도가 높지만 윤심이 향하지 않은 유 전 의원, 나 전 의원, 안 의원 등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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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적극 해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을 결국 사의 수락이 아닌 해임 조치를 했습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 이후에는 대통령실의 반박, 여당 초·재선 의원의 비판 성명서 등 공격의 강도가 더욱 세지며 후폭풍이 상당했습니다.
이제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의 결심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나 전 의원 측은 설 연휴 이후 보수의 상징적 장소에서 당 대표 출정식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비교적 온건한 보수 이미지였던 나 전 의원에게 반윤의 프레임이 얹혀지면서 비윤 후보로 낙인찍혔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 전 의원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가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면 본인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현 정권하에서는 정치 생명 걸어야 할 정도로 리스크가 높고, 포기하기에는 4선 관록의 중견 정치인이 현 정권에 굴복하는 다소 굴욕적인 순간으로 남을 수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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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경험했던 정치적 상황과 갈등의 요소는 다르겠지만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통령실 비서질장이 나 전 의원에 대한 반박 입장문은 타협의 의도보다는 처음부터 공격의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나 전 의원도 이 상황에서는 출마를 할지 말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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