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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올해 쌀 재배 면적을 전년(17만7000ha)대비 3만7000ha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예측대로 쌀 재배면적이 줄어든다면 올해 쌀 생산량은 예상 수요량인 347만톤(t)에 부합해 공급과잉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농식품부는 시행 첫해인 올해 112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가공용으로 개발된 가루쌀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밀의 대체품으로 안성맞춤이다. 현재 주요 곡물 별 자급률을 보면 콩 30.4%, 보리 38.2%인데 비해 밀은 0.8%에 그친다. 가루쌀은 일반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갈아서 빵 등으로 활용 가능한 품종이다. 주로 빵을 만들거나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밥보다는 빵 등으로 간편한 한 끼를 먹으려는 변화한 식습관 문화에 적합하다.
재배 시기도 밀과 이모작 하기에 유리하다. 밀은 주로 6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기존 쌀은 6월 초·중순에 모내기를 한다. 이 때문에 농업인은 밀과 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반면 가루쌀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모내기를 한다. 밀 재배가 끝난 후에 가루쌀을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외에 전문생산단지 39개를 신규 지정하는 등 가루쌀 생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가루쌀 재배면적은 100ha로 전년(25ha)에 비해 4배 늘었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2000ha로 확대할 방침이다. 민간기업의 가루쌀 신제품 개발 과정도 지원한다. 가루쌀로 만든 면류, 빵류, 과자류 등을 개발하는 식품업체에 제품당 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 25억원을 투입한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2027년까지 국내 밀가루 수요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한다는 목표다.
일각에서는 작물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쌀은 콩·밀·가루쌀보다 기계화율이 높아 재배하기도 수월하고,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에 벼·콩을 재배하더라도 벼의 ㏊당 순수익이 콩보다 약 290만 원 많다. 콩 농사로 전환 시 받는 전략작물직불금(100만원)보다 많기 때문에 쌀농를 대체 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이미 예산이 편성됐지만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내년도 예산을 마련할 때는 단가를 올리는 방향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루쌀은 단위면적당 낮은 생산성과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 피해가 심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가루쌀 생산량은 ha당 4750㎏으로 일반미 5700~5900㎏보다 1000㎏가량 적다. 이에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올해 첨단기술을 적용해 가루쌀 전용품종인 ‘바로미2’의 단점을 개선한 고품질의 신품종을 육성·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