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125조원 규모의 취약계층 금융 지원 방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옥석 가리기 없는 무분별한 지원책이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 대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원금 탕감책이 우선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정상 차주가 일부러 부실 차주처럼 행세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고 ‘힘들면 돈 갚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탓이다.
더 큰 논란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저신용 청년들의 금융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청년특례프로그램에 집중되고 있다. 생계형 채무도 아닌 투기성 손실까지 정부가 은행 팔을 비틀어 메워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860조원의 가계부채 중 2030세대의 부채 규모는 508조원으로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자산투자를 위해 과도하게 빚을 끌어다 쓴 결과다. 실제 청년층은 전체 가상자산 투자의 55%를 차지하고 주택구입시 대출비중이 56.7%로 다른 세대(36.4%)보다 의존도도 높다. 하지만 ‘빚투’,‘영끌’로 이득을 봤을 때 이를 회수할 수 없듯 손실을 입었다고 이들의 빚을 덥석 구제해주는 건 원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등 금융 환경의 악화로 궁지에 몰린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지원은 불가피한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가장 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 이후 취약층 부실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기 전에 당국이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지원책 마련에 매달린 나머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이중 삼중의 보완책까지 제대로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금융 당국은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온 성실 채무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을 정교히 다듬어야 한다. 채무 탕감보다는 장기 상환 등 채무자 스스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금융권과의 협의를 통해 지원 대상과 심사기준을 더욱 세밀하게 설계·운용할 필요가 있다.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신용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보완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