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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무기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천연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지위를 이용해 화폐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다. 이에 유럽 주요국들은 “협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4월 1일부터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 계약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령에는 비우호국의 모든 가스 구매업체들과의 계약에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독일, 프랑스 등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주요 서방 국가들을 향한 보복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의 강점인 에너지를 통해 경제 고립 탓에 흔들리는 루블화 가치를 지키려는 심산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 루블화 혹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의 통화로 결제하는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이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에만 적용한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은 전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거래에는 외화를 그대로 받기로 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화 혹은 달러화로 계속 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간 가스 공급 계약을 확인한 이후 푸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50%를 넘는다. 러시아가 가스를 보내지 않으면 경제 붕괴를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부총리는 “(루블화 결제 강행은) 계약 위반이며 협박”이라고 일갈했다.
독일은 최근 가스 비상 공급 계획 조기경보를 발령해 주목 받았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끊길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더이상 러시아 가스가 없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