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시행 한 달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 문화 정착을 통해 산재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난 반면 기업은 기업대로 처벌 위협에 주눅들어 경영 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 시행 후 산업 현장에 깔린 기업들의 긴장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대표가 수시로 작업 현장을 돌며 위험 요소가 눈에 띌 때마다 지적하고 바로잡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침마다 직원들의 안전 교육을 거르지 않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제조업·건설·화학 등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분위기가 잔뜩 위축돼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사고엔 제동이 걸리지 않았고 되레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 건수는 총 24건에 사망자는 2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사고 18건, 사망자 18명)보다 모두 크게 늘었다.
산업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뿌리 뽑고 근로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이 법의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는 시행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적용 사례가 불과 한 달 새에 삼표산업 요진건설 두성산업 등 8건에 달한 점만 봐도 사고가 근본적으로 차단되지 않는 한 유사 사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얼마나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줄지 훤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기업규제 부담지수 조사에서도 이 법은 법인세(3.36)를 제치고 1위(3.48)로 지목됐다. 세금보다 더 무섭고 버거운 규제로 인식된 것이다. 사고를 냈다 하면 대표가 잡혀가고 고용부, 경찰 등 각 부처의 소나기 수사와 조사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하니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산업 현장의 목소리와 학계 등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입법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경영 활동의 지장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