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사과가 평년 대비 33%(17일 기준) 오른 것을 비롯해 배추(28%) 소고기(17%) 돼지고기(16%) 등 설 성수품을 중심으로 값이 뛰어 오르고 있다. 간장 고추장 된장 세제 등 식료품과 생활용품 분야의 대기업 제품들도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외식 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3.7%로 석 달 연속 3%대를 보였다. 올 들어서는 설 특수 요인까지 가세해 소비자들은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한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악재들이 도처에 쌓여 있어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유가와 맞물리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소비자물가 고공비행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인플레 심리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3%대를 웃돌다가 하반기에 2%대로 낮아지겠지만 연간으로는 작년(2.5%)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급등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 6.8% 오른 데 이어 12월에는 7%로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U와 영국도 각각 5%(지난해 12월)와 5.1%(지난해 11월)로 극심한 인플레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미국 연준(Fed)은 올해 적어도 4회 이상 금리를 올리고 초강력 정책수단인 양적 긴축(중앙은행이 직접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회수에 나서는 것)도 동원할 것이라고 한다.
한은도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본예산 집행이 시작되자마자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한은이 긴축을 해도 정부는 추경으로 돈을 푸는 정책 엇박자가 지속되는 한 물가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설 성수품 수급과 물가 안정에 전력투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