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의 경제, 우리 선택에 해법 있다

논설 위원I 2022.01.01 05:00:00
임인년 새해의 첫날이 열렸다. 2019년에 이어 코로나19의 공포와 위험이 가득했던 또 한해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365일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못다 이룬 꿈, 멈췄던 도전을 향한 행진을 위해 힘차게 박차고 나갈 때다. 하지만 새해 첫 아침의 느낌은 밝고 가볍지 않다. 대내외적으로 우리를 에워싼 환경이 어느 때보다 험난하고, 나라의 앞날을 좌우할 변수가 곳곳에 깔려 있어서다.

나라 운명을 가를 올해의 가장 큰 시험대는 단연 3월 9일의 20대 대통령 선거다.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지만 이번 대선은 의례적 정치 행사가 아니다. 향후 수십년의 진로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념 갈등과 편 가르기로 보수·진보 진영의 대립이 첨예화하고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 무너진 상황에서 우리가 올바른 선택에 실패한다면 국가 에너지는 엉뚱한 곳으로 허비되고 나라도 과거로 역주행할 수 있다. 새 지도자의 역할과 책임이 누구보다 막중한 이유다.

그러나 대선을 두 달여 앞둔 현실은 이러한 염원, 기대와 거리가 멀다. 새 대통령은 수출 규모 세계 7위, 경제 규모 10위의 한국을 명실상부한 강국으로 이끌고 대전환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하지만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과 언행은 개탄스럽다. “아니면 말고”식의 세금 퍼주기 공약으로 국민을 홀리고, 불리하면 수시로 말을 뒤집거나 흑색선전을 일삼는 구태와 악행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두드러져서다. 이데일리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22일 여론 조사에서 45%가 “찍을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았다”거나 “모른다”고 답한 것은 민심의 비호감과 실망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답”이 “재창출” 응답을 크게 앞지르면서도 후보들을 모두 내켜하지 않는 현상이야말로 정치권이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나라 운명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살얼음판 경제 상황과 2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다. 우리 경제는 최근 수년간 저성장의 내리막길을 걸은 데다 집값 폭등에서 비롯된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국민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부의 편차도 심각해졌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의 신용 규모(3343조원)가 명목GDP(국내총생산)의 2.2배에 이르고 집값 거품이 빠지면 성장률이 -3%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진단은 외환위기 악몽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스케줄이 예고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고 코로나 충격까지 더해지면 나라 경제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국가채무 역시 한국을 요주의 대상으로 밀어 넣은 뇌관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물론 후보들 누구에게서도 걱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뻔한 위기를 지도자들부터 외면하는 격이니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문제가 함께 얽힐 경우 닥칠 쓰나미는 퍼펙트 스톰 그 자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과 일자리 문제가 꼽히고 있음은 누차 확인된 바 있다. 이데일리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로 부동산(27.0%),성장(21.6%)을 우선순위에 올렸다. 누가 청와대의 주인이 되더라도 국민이 거는 첫째 기대는 마음 놓고 기거할 집과 일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임인년의 정치 리스크는 어느 해보다 클 것이고, 경제에 몰아칠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경제를 도구화하려 해서도 안 된다. 포퓰리즘 정치가 시장경제를 망가뜨린다면 한국호는 그리스 베네수엘라 터키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새해 첫날부터 우리 모두 지혜의 눈을 부릅떠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