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먹거리 목마른 대기업…'메가딜’ 승부수

김연지 기자I 2021.12.28 05:30:00

[2021 국내 M&A 결산]③
M&A 위해 공격적으로 팔 걷어붙인 국내 대기업
올해 메가딜 ''이베이·스핀엑스·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맞먹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던 대기업들이 꼽힌다. 통상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특정 매물을 PEF가 단독으로 인수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략과 PEF 및 대기업이 의기투합해 인수전에 나서는 ‘연합군’ 전략을 펼쳐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자 신사업 진출에 갈증을 느껴온 대기업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며 베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다만 절차는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회사는 낸드사업부 인수 선언 이후로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8개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관련 승인 절차를 밟아왔고, 최근에서야 경쟁 당국의 승인을 모두 확보하며 인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과 인수 마무리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말 안으로 인텔에 약 8조3000억원을 1차 대금으로 지급하고, 2025년쯤 나머지 잔금(2조3000억원)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 시장 3위에서 일본 키옥시아를 제치고 2위로 도약하게 된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마트(139480)도 대표적인 메가딜 승부사로 꼽힌다. 앞서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 유한회사의 지분 80.01%를 3조5591억원에 취득했다. 이마트는 원래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구상했었지만, 네이버가 돌연 불참을 선언하면서 ‘단독 인수’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지분 취득을 승인, 잔금을 모두 납입하며 인수가 마무리됐다. 해당 인수로 이마트는 단숨에 외형을 확대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주자로 거듭났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3위다. 이마트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1위의 유통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시너지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가 속속 나온다.

세계 3위의 소셜 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SpinX)’를 인수한 넷마블(251270)도 마찬가지다. 앞서 넷마블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핀엑스 지분 전량을 2조 626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게임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스핀엑스는 지난 2014년 설립된 홍콩계 회사로, 소셜 카지노 게임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실제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3289억원)하며 모바일 소셜카지노 부문 글로벌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스핀엑스 인수로 넷마블이 덩치를 보다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존의 역할수행게임(RPG)뿐 아니라 소셜카지노까지 더하면서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며 “또 해외로 진출할 발판도 마련한 만큼, 관련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005380)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도 빼놓을 수 없는 메가딜이다. 앞서 6월 현대자동차는 미국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인수 대상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구주 및 신주(9960억원 규모)다. 인수 후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거듭났고, 소프트뱅크그룹은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며 2대 주주로 남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자율주행과 비전(인지·판단)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었던 이유다. 이번 인수로 현대자동차는 로봇공학 분야에서 입지를 확실히 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특히 시너지를 꾀하며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기업들의 M&A 행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역량이 기술 경쟁력에서 차별화되는 만큼, 주요 기업들은 이를 위해 M&A 조직을 신설하거나 관련 인재를 IB 업계에서 모셔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메가딜을 단행할 실탄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도 역대급 M&A 딜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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