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표면처리 전문기업 ''디에스피''
진공 물리증착(PVD) 기술로 스테인리스에 색 입혀
제네시스 등 고급차종부터 건축자재, 가전 공급
코로나에도 올해 매출 두 배 ''껑충''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자체 브랜드로 B2C 공략"
| 디에스피가 생산하는 접합강판 ‘베르녹스’가 적용된 엘리베이터 도어. (사진=디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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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남)=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표면처리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재료의 강도를 높이거나 부식을 방지하는 등 기능성을 부여하는 공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도금이다. 도금은 자동차 내외장 부품을 비롯해 반도체, 전자통신, 기계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필수 공정이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에는 약 6300여 개 중소기업이 매년 23조원 정도 매출을 내고 있다.
1988년 설립한 디에스피(DSP)는 스테인리스스틸(이하 스테인리스) 표면처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이다. 스테인리스는 녹이 슬지 않는데다가 내구성·내열성도 뛰어나 건축 내·외장재부터 자동차, 엘리베이터, 가전 등에 두루 쓰인다.
| 디에스피에서 코팅을 마친 롤 형태 스테인리스스틸 제품이 트럭에 실리고 있다. (사진=디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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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피는 국내 유일 ‘롤 투 롤’(Roll to Roll) 방식 진공 물리증착법(PVD)을 활용한 컬러 스테인리스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운다. 크롬과 니켈 합금인 스테인리스는 표면에 크롬 산화막이 생겨 코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진공 상태에서 티타늄 입자를 표면에 증착시키면 부식과 마모에 강하면서도 여러 가지 색을 입힐 수 있다. 이전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일본에서 들어온 스테인리스에 미국산 컬러필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공정을 대신했다.
김진형 디에스피 대표는 “코일 방식으로 스테인리스를 코팅해 색을 입히는 건 어떤 표면처리 기업도 시도하지 못한 기술”이라며 “최근에는 80년 된 일본 표면처리 기업도 찾아와 협업을 제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디에스피는 기존 챔버(chamber) 방식이 아닌 스테인리스 코일을 통째로 넣어 코팅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롤 투 롤’ 공정을 적용해 원가 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디에스피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은 스테인리스와 전기아연도금강판 또는 삼원계 도금강판을 접합해 생산하는 ‘접합강판’이다. 비싼 스테인리스 박판(표면)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금강판을 접합해 스테인리스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기능은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접합강판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건축업체에 첫 수출을 개시했다. 김 대표는 “일반 스테인리스 판재를 쓰는 것보다 제품 단가를 30~35%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진형 디에스피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스테인리스 접합강판 브랜드 ‘이녹스틸’ 첫 수출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디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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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디에스피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의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도 매출은 지난해 202억원에서 올해 390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업체와 대형 건설사, 가전업체 등에 납품 실적이 늘어나면서 내년에는 500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전이나 건축자재용으로 쓰이는 스테인리스의 경우 ‘이녹스틸’, ’베르녹스’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기업 간 거래(B2C) 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최근 충북 음성에 새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남들이 다 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은 진짜 기술이 아니다”라며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브랜드를 강화해 세계 시장서 인정받는 소재 표면처리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