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향한 팬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한 소설 ‘환상통’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 이희주가 5년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 ‘성소년’을 발표했다. 이번엔 아이돌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이돌 납치에 나선 네 여성의 이야기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소설을 책으로 묶었다.
최근 아이돌 열풍 속에서 아이돌 팬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소설로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환상통’에 이어 또 다시 아이돌 팬이 주인공이라 부담도 없진 않았지만, 장르도 내용도 전혀 달라 걱정을 덜었다”며 “이번엔 대중소설을 의식하고 쓴 점이 가장 다르다”고 전작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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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성(聖)스러운 소년’을 의미한다. 파격적인 이야기를 주로 쓴 일본 작가 구라하시 유미코의 1965년 소설 ‘성소녀’에서 따온 제목이다. 요셉의 본명이 ‘요한’이라는 점, 그리고 네 여성이 요셉을 향해 광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이돌의 ‘팬심’(팬을 향한 마음)이 신적인 존재를 향한 광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팬덤의 어두운 면을 그린 소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작가는 독자들이 이번 소설을 특별한 정답 없이 스스로 해석하고 재미를 찾아가길 바랐다. 그는 “대중적인 접근 방식을 시도한 소설이라 독자들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다가갈지가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네 여성의 광기 어린 사랑에 대해서도 “사랑에 다양한 면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가 아이돌 팬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연이어 발표한 이유가 있다. 이 작가 스스로가 열렬한 아이돌의 팬이기 때문이다. 다섯 살 때 그룹 H.O.T의 팬이 된 뒤로 지금까지 줄곧 아이돌을 좋아해 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기회가 되면 음악방송 현장도 찾아다닐 정도로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아이돌의 오랜 팬인 만큼 팬심의 정체에 대해서도 고민해봤을 법하다. 그러나 이 작가는 “팬심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팬심을 정의할 필요도, 그 원인을 찾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 그는 “나 역시 마음이 가는 아이돌이 없을 때는 잠시 팬심을 접어둘 때도 있다”며 “내가 어떤 아이돌의 팬인지는 내 소설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데뷔작인 ‘환상통’은 이 작가가 대학 졸업 직전 휴학 시기에 쓴 소설이다.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예상 밖의 등단 기회를 얻었다. 이 작가가 전업작가가 된 뒤 발표한 소설은 지난 5월 연작 소설집 ‘사랑의 세계’에 이어 이번 ‘성소년’이 두 번째다. 소설 말미에는 ‘작가의 말’ 이후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다음 소설에 대한 예고도 담았다. 이 작가는 “5년에 2~3권씩은 꾸준히 책을 내면서 조금은 고집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