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④초딩 놀이터는 옛말…현대차·SKT·LG도 가상세계에 풍덩

노재웅 기자I 2021.08.03 05:00:00

메타버스 분야 국내 기업 현황
네이버 제페토가 포문 연 마켓 가능성
현대차·CU·YG 등 업종 막론하고 입성
SKT·하이브는 독자 플랫폼으로 승부수

제페토에 구현된 쏘나타 N 라인. 사진=현대자동차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디지털 세대를 겨냥해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메타버스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국 ‘커머스’가 핵심 키워드입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은 물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세계적인 소셜미디어들도 결국 커머스가 주류 기능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2억명 이상의 회원 수를 보유한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한 시도가 가장 활발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제페토에서 신차 ‘쏘나타 N라인’의 시승 서비스를 선보였고,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제페토 내 인기 맵 중 하나인 한강공원에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개장했습니다. KT는 야구장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를 개설했고, YG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를 개최했습니다.

네이버는 웹툰의 지식재산권(IP)과 제페토의 IP를 통합하기로 했는데, 제페토 안에서 네이버 웹툰의 자동화된 웹툰 창작툴을 이용해 제페토 방문객을 대상으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커머스가 아닌 회사의 업무 효율 극대화를 위해 메타버스를 찾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은 서울 강남구 사옥을 없애고 35층 건물 규모로 구현한 가상공간 ‘메타폴리스’로 이사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네이버의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했고, 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은행장들이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제페토에서 간담회나 연수원을 열기도 했습니다. LG CNS는 제조계열사 직원들이 가상 부품을 띄우고 개발 회의를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기업들은 왜 메타버스에 열광할까요. 김상균 강원대 교수(메타버스랩 소장)는 “2021년 상반기에만 50곳이 넘는 기업이 메타버스 활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를, 유통사는 온라인과 라이브 커머스 다음의 것을 찾고자 하는 요구가 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자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와 하이브는 국내 아이돌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팬덤을 위한 새로운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각각 ‘유니버스’와 ‘위버스’를 고도화 중입니다. 유니버스와 위버스 모두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는 커뮤니티에 그치지 않고, 음원과 공연, 굿즈 판매 등으로 연결됩니다.

SK텔레콤은 20대 대학생과 30~40대 직장인으로 수요층을 넓힌 ‘이프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이프랜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회의, 발표, 미팅 등 활용성이 다양해지는 사회적 흐름을 고려해, 원하는 자료를 문서(PDF) 및 영상(MP4)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 웹 기반의 미니홈피로 유명했던 싸이월드도 메타버스로의 진화를 예고했습니다. 네이버 제페토의 경우 입점한 의류나 유통 브랜드의 제품을 아바타가 입거나 사용하는 용도라면, 싸이월드는 실제 상품 판매를 위한 창구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메타버스 세계에 동참하기 위해 제휴와 독자 플랫폼 구축 중 어느 것이 유리할지는 가입자의 규모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데이터연구팀장은 “하이브나 SK텔레콤처럼 이미 가입자를 어느 정도 확보한 기업은 기존 가입자를 가상세계로 잘 모셔가는 관점에서 독자 플랫폼이 괜찮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어디 들어가 터를 잡은 뒤 그 터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터를 연동하는 전략이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