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주자를 돕고 있는 모 초선 의원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 쇄신을 약속했으나 강성 친문의 반발이 강해 이도저도 하지 못해 답답하리라는 것입니다. 비주류로 친문 후보들을 꺾고 당 대표에 올랐으나 최고위원 다수가 ‘강성 친문’인 탓에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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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친문의 불만과는 별개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는 송 대표의 사과에 ‘그럴 만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짚어야 했던 문제를 당 대표가 매듭지으려 했다는 겁니다. ‘송구하다’는 표현에 그쳤던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보다 “사과 드린다” “우리 스스로 돌이켜보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라 말한 송 대표의 사과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도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송 대표의 이번 사과가 ‘조국 사태’ 일단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친조국’ 성향이 강한 당 지도부 구성원의 불만입니다. 김용민 최고위원이 송 대표가 사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대권이나 정치적 야욕을 위해서 자기 상급자인 조국 전 장관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검찰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라 말한 게 대표적입니다.
회고록을 쓴 조 전 장관은 “나를 밟고 가라”고 말하면서도 연일 ‘조국의 시간’과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친조국’ 인사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조국 사태’가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겠죠. 이를 아는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조(曺)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며 분열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쇄신으로 중도층을 품으려던 송 대표는 ‘조국의 시간’이 참으로 야속할 겁니다. 취임 후 부동산, 코로나19 백신, 반도체 특위를 띄우며 겨우 강경파 목소리를 눌러왔는데 다시 ‘검찰개혁’ 이슈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며 쇄신 이미지를 독점하려는 것도 신경쓰일겁니다.
민주당 인사들이 말하는 송 대표 리더십의 특징은 ‘뚝심’입니다.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이자 민주당 ‘86세대’의 대표인 그는 건장한 체형으로 ‘장사’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과거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닷없는 팔굽혀펴기로 건강함을 과시하기도 했죠. 누군가는 ‘독특한 정치인’이라면서 ‘고집이 강한 사람’이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송 대표는 임무가 명확한 때에 당대표에 올랐습니다. 4·7재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고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대권주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바닥을 다져야 합니다. 조 전 장관을 두고 분열 양상인 당을 하나로 묶는 게 첫 과제가 될 듯합니다. 쇄신에 방점을 찍은 송 대표의 뚝심은 ‘조국의 강’을 넘을 수 있을까요. 혹은 사방에서 들리는 ‘조가’(曺歌)에 굴복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