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조치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는 사실인데도 소급 적용이 어려운 이유는 왜일까. 재정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는 게 첫번째고 피해 정도를 산출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현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추가 소급 적용은 자영업자간, 업종간 형평성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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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손실보상의 법제화는 당정간 합의한 사항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해 “손실보상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도 같이 동의를 한다”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법제화 이후부터 발생한 손실을 보상할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부터 법제화 전까지도 소급 적용할지 여부다.
25일 열린 손실보상 입법공청회에 참석한 스터디카페 대표 곽아름씨는 “행정명령 영업을 중지·제한한 주체가 국가이므로 헌법 제23조 3항이 보장한 ‘정당한 보상’을 믿었지만 ‘보상안은 아직 없다’라는 메시지가 반복됐다”며 “보상은 국가의 의무이자 채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해송의 권오현 변호사는 “소상공입 보상입법을 추진할 경우 지난해 2월경부터 정부 대응에 따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영업상 손실에 대해 보상입법을 소급해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제한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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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의원에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사태 속 재정 역할이 소극적적이었다는 지적에 “왜 재정이 아무것도 안 했다고 판단하나.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의 말처럼 코로나19 사태 속 정부의 지원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지원 대책 규모는 31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16%에 달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4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만 66조 8000억원이다.
지난해 자영업자 피해까지 모두 보상한다면 천문한적인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입법토론회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합금지·제한 소상공인 업체(68만개) 손실액이 3조 3000억원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이에 대해 국회와 업계는 실제 피해 규모와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실보상법을 발의하면서 매출 손실액중 50~70% 보상할 경우 월 2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1년이면 300조원에 달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 이후 회원사인 소상공인 매출·영업이익이 30% 가량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여력은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잇단 추경 여파로 올해말 기준 국가채무는 956조 9000억원으로 GDP 절반(48.2%)에 육박하게 된다. 절대 규모가 해외 선진국보다 크지는 않지만 나랏빚의 빠른 증가세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한 추가 재정 지출도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경제 성장률 4%대 달성을 위해 내수 진작책 등 확장 재정을 강조하고 있다.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의 비용이 드는 소급 적용이 부담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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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그간 지원이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집중됐다는 점도 소급 적용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그동안 재난지원금 지급 시 1차 전국민 지원을 제외하고는 ‘피해계층 선별 지원’에 중점을 뒀다.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현금 지원액은 지난해 새희망자금(3조 3000억원), 올해 버팀목자금(4조 1000억원), 버팀목플러스자금(6조 7000억원) 등 총 14조 1000억원이다.
세차례 재난지원금을 통해 집함금지 업종에게 지급된 현금은 최대 1150만원이다. 방역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전기료 감면이나 사회보험료 감면 등 조치도 이뤄졌다.
이미 정부 지원이 적잖게 들어간 상황에서 손실을 소급 적용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중기부 추계에 따르면 68만개 소상공인 업체 중 81.7%는 손실추정액보다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급 적용 시 10곳 중 8곳 가량은 준 돈을 환수해야 하는 셈이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도 입법토론회에서 “(손실을) 소급하려면 정산해야 하고 정산하면 (지원금을) 환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직접 집합금지·제한 조치를 받지 않았더라도 피해를 입은 여행·관광업이나 관련 업종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자, 프리랜서 등의 피해도 소급해 보상해야 할지가 논쟁이 될 수 있어서다.
전날 입법토론회에서도 한 여행사 대표인 이장한씨는 “손실보상법에 여행업을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피해 보상 여부를 놓고 업계간, 노동자간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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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보상을 소급 적용하더라도 방역 조치에 따른 피해액을 정확히 따져야 하는데 현실상 쉽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매출액이 50% 이상 줄었더라도 온전히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것인지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인지를 판별하기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출 감소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지만 정부 행정명령에 따른 직접 피해 요인이 아닌 만큼 정부가 지원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모든 손실이 방역조치에 따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급 적용을 한다면 시간대별, 유형별로 구분이 필요하다”며 “집합제한·금지 조치가 업종별로 다르고 손실을 입은 이유도 제각기 다양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업종, 업체 하나하나에 대한 적용이 필요할 텐데 현재로선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각각 유형을 구분해 피해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이미 대규모 행정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도 3월 국회에서 손실 보상과 관련해 “수만가지의 케이스가 각각 있기 때문에 산출 자체가 어렵다”며 “법적으로 한다면 제가 아는 지식으로 계량한다는 것은 신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소급 적용을 제외하는 대신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자영업자 피해 회복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지난달 손실 보상과 관련해 별도의 기금 조성과 민간보험을 활용한 중층적 구조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가 피해에 대비해 국가재난관리기금 같은 별도 계정을 만들고 재정으로 지원이 힘든 부분은 현재 폐업 지원을 하는 노란우산공제를 활용하거나 민간보험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