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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상응행동' 경고…'6월 위기' 재현되나

김관용 기자I 2021.05.03 05:00:00

北, 대북전단 살포·바이든 의회 연설 비판
인권 문제 지적에도 "최고존엄 모독" 반발
김여정, 작년 6월 대북전단 문제로 잇딴 '행동'
군사행동 가능성도, 한미회담 앞두고 文 고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2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보도가 나온 직후다.

명분상으로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유지를 문제삼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 접근’을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상응 조치’까지 경고한 점으로 미뤄볼 때, 향후 상황 전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인 지난 달 15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부인 리설주 여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3건의 담화를 잇따라 발표했다. 첫 포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열었다. 그는 이날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지적하며 그 책임을 남측 정부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상응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달 30일 “예고한 대로 25~29일 사이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강원 일대에서 2차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5000장을 10개의 대형 애드벌룬을 이용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 개정에 따라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한 박 대표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 뒤를 이어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의 담화가 나왔다. 권 국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 위협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이 발언을 “대단히 큰 실수”라고 규정하며 “미국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자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한 것도 문제삼았다.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반응에 외교부도 이날 한미 양국의 북미 대화 재개 노력에 호응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월 30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청년전위들의 결의대회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한 사진이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우리 측에 대한 보복조치 예고로 지난해 6월과 같은 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시 김 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내세우며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는가 하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남 4대 군사행동 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단순한 불만 표시로 끝나지 않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금강산 시설물 폭파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지난 3월 15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밝힌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을 없애버리는 문제, 남북군사합의서 파기와 관련된 공식 발표나 행동이 있을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대화를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도록 설득해 북미 사이에 중재 공간을 만든다는 구상이었지만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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