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의 정석]소형의료기기업체 투자시 고려사항

류성 기자I 2021.01.03 06:05:57

이데일리-LSK인베스트먼트 공동 기획 시리즈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창업자 및 대표
LSK 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대표 바이오전문 투자회사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의료기기 시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하지만 기존 의료기기의 개량만으로는 시장 진입이 어렵고 기존 치료법을 대체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료기기 시장에서 사용하는 기본 기술들은 전자제품이나 장비 시장과는 큰 차이가 없지만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는 사용 환경이 다르고 사용 대상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의료기기 시장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 소재와 부품을 사용한 의료기기의 의료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의료기기와 관련된 투자 의사 결정은 요소 기술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 현장 및 시장 진입 가능성을 더 잘 이해하는 전문 투자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전자제품 및 장비 시장은 사용자가 곧 구매자로 구매 의사 결정을 사용자가 내리지만 의료시장은 사용자, 의사결정권자, 구매자가 모두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자는 환자, 구매 의사 결정권자는 의사, 구매자는 의료보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기 개발자들은 구매자와 구매 의사 결정권자 보다는 환자의 편익 향상만을 위한 기기 및 소모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사업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신규 의료기기 및 소모품의 구매 의사 결정권자는 환자가 아니고 의사 및 의료보험이며 이를 통해 구매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환자의 편익 향상을 위한 기회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의료기기 사업 모델은 물론 환자의 편익 향상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구매자와 의사 결정권자의 편익 향상이다. 결국 사업전략에 있어 의사의 처방 용이성 및 병원의 수익성 향상, 의료보험의 수익성 향상을 항상 고려해야하는 이유이다. 환자의 편익 향상과 의사결정권자 및 구매자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는 제품 및 서비스 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개발자들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와 관련된 예를 들어보자. 응급실용 공용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는 장비 생산원가 3000만원의 기기를 5000만원에 판매하려고 한다. 장비 가동에는 소모품이 소요되는데 일회용 소모품을 20만원에 판매하려고 한다(원가는 10만원이다). 단 이 병원 담당과장의 결제 권한은 3000만원이며 3000만원 초과 장비는 장비 도입 위원회에 회부하여 도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기기의 성능은 뛰어나다. 잘 팔릴까? 아니면 더 잘 팔리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가격 결정 방법을 보면, 위의 판매 가격은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결정되었다. 제조사가 들인 원가에 적절한 이윤을 붙여 판매가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금 흐름을 고려한 판매가는 마치 프린터와 잉크 구매와 마찬가지로 일회성 구매인 기기구매 보다는 지속 구매가 가능한 소모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회사가 개발하는 제품의 원가를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구매자는 판매자의 제품 원가 및 수익성 보다는 구매 담당자의 업무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장비를 3000만원 미만에 판매하여 담당자가 빠른 구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소모품 가격을 대폭 올려 200만원에 판매하는 것이 매출 및 현금 흐름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판매가격을 생산 원가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업모델에 대한 고려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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