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韓경제…한은 성장률 전망 2.5% 달성 어려워

김경은 기자I 2019.07.03 00:00:00

더 악화한 1분기 GDP 성장률에 수출도 예상보다 더 나빠
금리인하 이르면 8월 단행할 수도
“추경 지연, 통화정책으로 투자심리 자극해야”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올해 우리 경제의 연 2% 중반대 성장이 위태롭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제 징용에 대한 배상판결에 반발한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쳤다.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조기에 완화적 통화정책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7월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인하 결정을 지켜본 뒤 이르면 8월 한은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다.

◇수출, 한은 예상보다 안좋다

한은은 오는 18일 경제수정 전망을 발표한다. 지난 4월 전망치인 2.5%보다 0.1~0.2%포인트 하향조정한 연 2.3~2.4% 수준이 거론된다.

지난달 발표된 1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더 낮은 -0.4%를 기록한데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수출 물량이 한은의 예상보다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상품수출이 상반기 1.4%, 하반기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반도체 단가 하락과 수출 둔화는 한은의 예상보다 더 악화했다. 수출물량은 올 1분기만 해도 전년 대비 1.5% 늘었으나 2분기엔 0.7% 감소로 돌아서 상반기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월별 수출물량지수를 봐도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 영향으로 4월(2.2% 증가) 반짝 증가했지만, 5월 들어선 다시 전년동월대비 -3.1% 하락한 111.03을 기록했다.

반도체 단가 급락으로 인해 반도체 시장 회복이 한은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한은이 4월 경제보고서에 인용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6월말 D램 가격 전망치 5.87달러와 비교해 6월말 현재 3.3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급격한 단가 하락으로 올 상반기 통관 기준 수출액은 한은의 예상치(-5.3%)보다 더 낮은 -8.5%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가 지연되면서 단가 하락세가 더 오래 지속하고 있다”며 “연구기관 등을 보면 4분기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추경 지연, 통화정책으로 투자심리 자극해야”

생산과 투자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는 확연한 둔화하는 모습이다. 두 달 연속 상승하던 생산(-0.5%)·투자(-8.2%) 지표는 5월 들어 다시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1.4로 전년 동월 대비 0.9% 감소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째 감소했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1년 1월 이후 최장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4%, 신용평가사 피치는 2.0%, 골드만삭스는 2.1%, 노무라는 1.8%를 예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인하 논의가 수면위로 부각된 만큼, 이르면 8월 늦으면 10월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지연되면서 효과가 빠른 경기부양책인 통화정책을 통해 기업과 가계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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