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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대디의 밥상머리 교육]만족을 키울까, 가치를 키울까

류성 기자I 2019.06.02 05:32:03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10회)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 저와 함께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보시지요. 자녀를 키우느라 수고하신 부모님께 제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
여러분은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5만원권으로 200장, 총 1000만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원하면 100만원을 더해 1100만원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단, 한 달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여러분 통장으로 계좌이체를 해드릴 겁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느 쪽을 고르실까요?

기업체 강의에서 이 질문을 하면 수강생 약 80%가 당장 1000만원을 받겠다고 합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준다고 했다가 안 주면 어쩌냐?’ 등의 이유를 대면서 지금 1000만원을 받는 게 현명하다고 말하시지요. 저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제가 질문을 바꾸어 다시 묻습니다. 1년 후 1000만원을 받으시겠어요, 아니면 1년 1개월 후에 1100만원을 받으시겠어요? 상황을 1년 후로 미루면 사람들의 선택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수강생의 90%가 1년 1개월을 기다려 1100만원을 받겠다고 하십니다. 이런 반전은 왜 생기는 걸까요?

사람들은 ‘지금 여기’라는 생각의 틀을 만나면, 최대의 만족을 추구합니다. 반면 사람들이 ‘1년 후’라는 생각의 틀을 만나면, 최대의 가치를 추구하지요. 현재를 사는 우리는 말초적 만족을 추구하고, 미래를 사는 우리는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깨달음은 자녀교육에서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미래를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을 해서 아이들이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지요. “너는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니?”, “내년에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올 여름에 일본을 여행한다면 무얼 해보고 싶니?”

아이들이 미래 관점을 갖게 하려고 저부터 먼저 미래지향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데요. 한 예로 저는 제 장례식 날짜를 2051년 5월 27일로 미리 정해 두었습니다. 그날은 저의 80세 생일이기도 합니다. 그날까지 제가 살아있으면 가족과 친구들을 모아 감사인사를 드릴 것이고 그 전에 제가 죽으면 유족이 장례를 치러 주겠지요. 그날까지 며칠 남았을까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1만1000일을 조금 넘습니다. 남은 날이 많지 않기에 저는 오늘도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세 아들은 제가 장례일을 미리 정해두고 산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흉내내어 종종 미래를 상상하지요. 살아온 날들이 많지 않은 세 아들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찾아보니 방법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아이들이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도 자라더군요. 역사공부를 통해 시간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미래를 보는 눈도 생긴 겁니다. 앨빈 토플러나 유발 하라리 등 미래학자가 원래는 역사학자라는 게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역사교육이 고대근동, 중세유럽, 조선 근현대사만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과 가정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도 역사교육이라 할 수 있지요. 아이들과 함께 3년 전, 5년 전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면 아이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지평이 넓어졌을 때 저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1년 전부터 꾸준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2년 전부터 매일 영어문장 3개씩 외웠다면 지금 몇 개의 문장을 외우고 있을까?” 그러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그때 시작했다면 지금쯤이면 정말 능숙해졌을 텐데..”

이어서 저는 질문의 방향을 미래로 바꾸어 묻습니다. “1년 후 어떤 모습이 되고 싶니? 그러려면 오늘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여전히 모자라기는 하지만 세 아들은 점차 ‘지금 여기’라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1년 후’라는 시간의 틀을 이용해 인생을 설계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부디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후회가 적은 인생을 살게 되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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