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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뗀 'K의료로봇'…기술력은 톱클래스, 상용화가 관건

류성 기자I 2019.05.13 06:00:00

2022년 15조 글로벌 시장 쟁탈戰
고영테크놀러지 뇌수술용 로봇, 이르면 하반기 국내 출시 전망
미래컴퍼니 복강경 수술로볼 "美경쟁사보다 40% 싸게 공급"
큐렉소 척추 수술로봇 4분기, 관절 수술로봇은 2020년부터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류성 기자] 로봇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료수술용 로봇시장도 활짝 열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급성장하는 의료로봇 시장에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12일 IBM 계열 연구소 윈터그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2016년 42억달러(약 4조7741억원)에서 2022년에는 130억달러(14조 7771억원)로 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국내 의료로봇 시장규모는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대표적 의료로봇 국내기업으로는 고영(098460)테크놀러지(뇌수술용 로봇), 미래컴퍼니(049950)(복강경 수술로봇),큐렉소(060280)(관절 및 척추수술용 로봇)등이 손꼽힌다.

고영테크놀러지는 LG전자(066570) 연구원 출신 고광일 대표를 비롯해 삼성과 HP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3D 측정기술을 활용해 수술경로에 대해 시각화하고 수술위치를 지정해주는 뇌수술용 의료로봇을 개발했다. 또다른 주력 제품으로 3차원 납도포 검사장비(3D SPI)도 만들고 있다.

이 회사의 의료로봇은 소형화된 로봇 플랫폼과 3D 인체 스캔 센서, 수술용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등으로 이뤄져있어 수술용 침대에 부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현재 뇌수술용 의료로봇에 대한 신의료기술 인증을 진행하고 있어 빠르면 올 하반기 국내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중국 식약처(CFDA),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컴퍼니는 2013년 본격적으로 수술용 로봇산업에 뛰어든 업체다. 이 회사는 약 140억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며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인 레보아이는 환자의 몸에 1cm미만의 구멍을 낸 후 4개팔에 부착된 수술도구를 삽입해 3차원 영상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가능을 갖췄다. 지난 2017년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세계적 의료로봇 업체인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보다 40%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해외수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며 “이번 달에 카자흐스탄에 수술로봇 2대를 처음으로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의료로봇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큐렉소는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세계최초 수술로봇인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의 연구개발(R&D) 및 제조, 판매를 위해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해외법인 ‘씽크서지컬’을 설립했다.

현재 국내 17개 병원에서 로보닥 19대를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누적 수술건수는 국내만 2만5000건에 기록하면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큐렉소는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 의료사업부문을 인수, 자체 수술로봇을 개발 중이다. 척추수술로봇은 올 4분기에, 관절수술로봇은 2020년에 판매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발하고 있는 관절수술로봇인 ‘T 솔루션’은 다른 회사의 다양한 인공관절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완전자동 수술로봇과 오픈 플랫폼이라는 기술의 차별화로 인공관절 전문 기업들과 협력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척추수술로봇 신제품은 결과물이 잘 나오면 글로벌 시장 선두기업을 따라잡거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정부도 서비스로봇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기업외에도 의료로봇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의료로봇 분야는 초기단계에서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는 지난해 3월 판매를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급 실적은 중소병원 단 한곳에 그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의 국내 상용화에 성공한 큐렉소의 이 대표는 “의료로봇은 제품을 판매하고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 제품 개발과정부터 임상과 허가제도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품 사용자인 의료진들로부터 계속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하는 능력도 필요한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기술 개발만 진행되고 사업화를 못 한 곳이 더러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다빈치’ 수술로봇을 지난 한해 926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의료로봇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누적 판매대수는 5000여대에 달한다. 수술건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8% 증가한 104만건을 기록했다.

수술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존슨앤존슨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수술로봇 기업 오리스헬스를 34억달러(3조8624억원)에 인수하면서 수술로봇 시장에 본격 참여를 선언했다.

존슨앤존슨은 향후 2조6700억원을 투자해 수술로봇 분야를 그룹의 주요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오리스헬스는 지난해 폐생검에 사용할 수 있는 모나크플랫폼을 진단 및 치료 기관지 내시경 검사용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큐렉소의 척추수술로봇 큐비스(왼쪽)와 미래컴파니의 복강경 수술로봇 로보아이 각사제공
출처: 윈터그린리서치. 단위; 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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