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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이정규 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신약개발을 하는 연구·개발(R&D) 단계를 구분하면 ‘연구’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단계, ‘개발’은 이후 임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9월 설립한 브릿지바이오는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하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NRDO)다. 성공 가능성이 큰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 후속 개발을 통해 신약으로 만들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브릿지바이오의 역할이다. 연구단계의 불확실성과 실패율을 줄일 수 있어 현재 미국에서는 약 3분의 1의 바이오기업이 이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
이 사업 모델은 성공 가능성이 큰 신약 후보물질을 제대로 골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계·연구소·바이오벤처 등에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이 많은 최근 바이오산업 환경은 이 같은 사업을 하기에 적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회사 이름에 ‘브릿지’를 포함한 것처럼 이 대표는 유망 신약후보 물질을 보유한 곳과 다리를 놓듯 파트너십을 맺고, 갖고 있는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빠른 개발에 자신 있는 전문가 모여
특히 이 대표는 개발 속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신약개발에서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경쟁사보다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빨리 개발할수록 특허로 보호받아 독점판매 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에서 15년까지 걸리는 신약개발에서 신약물질에 대한 특허는 길어야 20년이기 때문에 빨리 개발할수록 해당 신약의 상업적인 가치도 올라간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는 “다국적제약사 출신 등 빠른 개발에 자신있는 경력자들이 모여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대부분 자료도 공유하고 일부는 실무자들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도 주고 있다. 저가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기존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빠른 의사결정과 협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다. 이 대표는 “신약개발은 기간이 정해진 게임”이라며 “개발 단계도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중인 파이프라인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BBT-401) △특발성 폐섬유증치료제(BBT-877) △면역항암제(BBT-931) 등이 있다. 이중 한국화학연구원에서 2015년 10월 도입한 궤양성대장염치료제는 얼마 전 대웅제약에 기술이전해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계약금과 임상 및 허가 단계마다 기술료(마일스톤) 등 4000만달러(약 450억원)를 받는다. 지난 28일부터 미국 임상시험 실시기관 10곳에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레고켐바이오에서 지난 2017년 5월 도입한 특발성 폐섬유증치료제도 내년 초 1상에 들어간다. 신약후보 물질 도입 후 1년 반만에 임상에 돌입하는 이례적인 속도다. 이 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 지정도 기대한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 FDA로부터 개발 자문과 개발비 세액공제, 추가 독점권 7년 인정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될 성 부른 신약물질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미충족 의료수요’(언메트 메디칼 니즈)가 있는지 여부다. 치료제가 효능을 보이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환자들을 위한 약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개발 후보를 선정할 때는 지금 시장이 큰 분야보다 앞으로 시장이 커질만한 미충족 의료수요에 집중한다”며 “여러 의사들에게도 직접 조언을 들으면서 개발 필요성이 큰 약을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은 재도전…중요한 건 환자에 도움될 약 개발
지난 5월 기술특례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 브릿지바이오는 코스닥 상장 재도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성평가에서 쓴 맛을 본 것은 개발단계가 너무 초기에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는 개발 단계가 구체화됐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장과 투자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맡기고,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신약은 사람을 치료하는 것인데 일을 하다보면 상업적인 가치나 증시 쪽에 무게가 쏠린다”며 “환자들과 소통하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