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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디지털세, 한국 기업도 예외 아냐”
지난달 28일 제6차 OECD 세계포럼(주최 통계청·OECD)에 참석한 러셀 밀스(Russel Mills)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사무총장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 LG, 현대차가 무형의 요소를 굉장히 많이 생산하고 수출도 많이 한다”며 “이런 기업들과 관련된 효과적인 디지털세 부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밀스 사무총장은 OECD의 벱스(BEPS)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벱스는 글로벌 기업이 국가 간 세법 차이를 이용해 법인세를 적게 매기는 나라로 소득을 이전하는 조세회피 행위를 뜻한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법인세 부과기준이 되는 서버 장소를 국외에 놓고 있어 이 같은 조세회피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공조를 통해 이들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게 목적이다. 이처럼 구글이 대상 기업으로 주로 거론됐는데, 밀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이다.
밀스 사무총장은 “현대차(005380)의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여러 국가에 걸쳐 공급망이 형성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핸드폰은 무형의 요소들이 훨씬 많은 부가가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각국별로 무형의 요소들에 대해 다른 세제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OECD는 2020년까지 회원국들에게 권고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빠르면 1년여 뒤에 삼성·LG·현대차 등 한국 수출기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조세 권고안이 나오는 셈이다.
당장 이달부터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 수출기업도 디지털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밀스 사무총장 발언은 맞는 얘기”라며 “금년 말, 내년에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될 것이다. 최종 합의가 안 되더라도 2021년부터 유럽에서 디지털세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4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세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우리 정부가 준비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기재부는 △EU와 OECD 논의 상황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에 얼마나 과세할지 등 디지털세 대상·부과 기준 △어느 국가가 과세 권한을 더 많이 가질지 등 국가별 과세권 배분 △세무조사 실시 등 국세청 과세행정 방식 △과세분쟁 발생 시 대책 등을 살펴보고 있다.
밀스 사무총장은 “삼성·LG·현대차의 디지털세는 한국 정부가 어떤 국제적 협약을 맺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청문회를 앞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임기 중에 준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 “OECD 보자” Vs 與 “디지털세 당장 도입”
하지만 우리 정부와 여당 간에도 디지털세 관련해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OECD 논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성수 의원은 콘텐츠가 소비된 지역에서 세금을 거두는 디지털세 부과 입법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국감을 앞두고 구글의 세금 회피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 토론회에서 “영국 등에서는 구글세를 도입하자고 한다”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세 역풍’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국제 상황을 안 보고 덜컥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통상 부문에서 보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전문연구원은 “우리 수출기업이 디지털세의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공정과세 장점, 이중과세 위험, 무인차·전기차 등 혁신제품에 대한 과세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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