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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막힌 벤처성장]③이민화 교수 “가두리형 지원정책 없애야… 규제혁파 시급”

김정유 기자I 2018.11.25 03:00:00

1200개 지원정책 너무 많고 실효성 떨어져
규제 혁파와 재도전 활성화 우선해야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사진=창조경제연구회)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이전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벤처정책들은 대부분 지원정책으로 이는 또 다른 규제만 양산해 냈습니다. 바뀌어야죠.”

최근 만난 ‘벤처업계 대부’ 이민화 카이스트(KAIST) 초빙교수는 정부의 벤처정책을 이 같이 평가했다. 이번 정부가 벤처·창업 활성화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지만 예전 정부와 비교해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가두리 양식형’ 지원정책 양산보다 규제를 혁파하고 재도전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벤처를 포함한 중소기업 지원정책 관련 자금이 연간 3조원 이상인데, 대부분 지원자금이고 이는 전 정부나 현 정부나 마찬가지”라며 “지원정책도 약 1200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정책은 최대한 없애는 것이 좋다”며 “지원과 동시에 규제만 양산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관련 사례로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꼽았다. 정부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육성정책 일환으로 팁스를 내놨다. 하지만 검찰은 한 팁스 운영사 대표가 스타트업 지분을 무상 편취했다는 혐의로 2016년 수사를 진행했다. 팁스는 운영사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최대 9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당시 검찰은 이러한 벤처생태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운영사의 지분 확보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팁스가 검찰이 자행한 ‘민간 자율권 수사’로 다시 관료화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행보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경쟁국가에 비해 3년 이상 늦었지만 규제 샌드박스, 규제프리존 등의 일련의 규제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2년간 규제가 유예되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이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의 체감이 더딘 점에 대해선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아직 기업 현장에선 규제혁파의 의미가 제대로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성공사례가 나오면 규제 샌드박스는 본격적으로 불타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도전 활성화 정책 추진도 시급히 진행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포지티브(선별적) 방식으로 재도전을 지원하는데 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지금보다 처벌수위를 높이면 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3%에 불과한 모럴해저드 때문에 나머지 97%를 죽이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며 “사전규제는 죽이고 처벌수위를 높여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아직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벤처정책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교수는 국내 최초로 초음파진단기를 개발,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성공신화를 썼다.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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