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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카드사·저축은행 등이 취급하는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18조5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받는 약관대출이 1조2000억원 늘어난 6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약관대출은 금융권에 대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대출심사도 까다롭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에 평균 연 7~9%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할 때보다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을 조이니 울며겨자먹기식 약관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뿐 아니라 카드사·저축은행·상호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역 조합 등 상호금융 올 2분기 가계대출이 올 1분기 말보다 2조6221억원(1.44%) 늘어난 183조7704억원을 기록했다. 새마을금고 역시 올 2분기 말 대출잔액이 73조41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조1832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올 1분기 말 21조4949억원에서 2분기 말 21조9797억원으로 4848억원(2.25%) 늘었다.
금리가 연 20%를 넘나드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에도 서민들이 몰리고 있다. 각사 반기보고서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27조1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3월 말보다 8416억원, 작년 말보다 2조2235억원 늘어난 수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자 비중은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제1금융권 대출을 무리하게 묶다 보니 제2금융권으로 옮겨간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생계형 자영업자 중심의 소액 다중채무자의 연체율 추이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