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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했던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의 독재가 군부의 쿠데타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은 짐바브웨 군부는 정부청사와 국영방송 등 국가 주요 시설을 이미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짐바브웨 국영방송인 ZBC을 통해 “오로지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노린 것”이라면서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은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과 전화로 통화한 남아프카공화국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자택에 갇혀 있는 상태다.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데타가 성공한 것으로 보여,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는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갈등은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6일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전격적으로 경질하면서 시작했다. 그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짐바브웨 독립영웅 출신으로 군의 지지를 받던 인물이다.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한 이유는 무가베 대통령이 그의 부인에게 정권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인 그레이스 여사는 노골적인 권력욕을 드러냈다. 지난 7월 그레이스 여사가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개행사에서 “직접 묻겠다. 당신의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 우리에게 말해달라”고 무가베 대통령을 압박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는데, 그러면 안되나? 나는 짐바브웨 사람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레이스 무가베는 남편인 무가베 대통령보다 41살 연하다. 무가베가 총리 시절에 그녀는 그의 타이피스트였다. 둘다 결혼한 상태였지만,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아들을 낳았다.
짐바브웨의 독립 영웅인 무가베 대통령의 첫번째 부인 샐리는 독립군 시절 동지였다.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신부전증을 앓다 사망했다. 첫번째 부인이 죽은 후 63세의 무가베 대통령은 당시 22세인 그레이스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레이스는 짐바브웨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 각종 구설에 자주 올랐다. 이런 저런 폭행사건을 일으켰다. 명품으로 몸을 휘감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짐바브웨 국민들은 ‘구찌 그레이스’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늙은 무가베 대통령 옆을 지키는 그레이스는 이미 실권자다. 정부에 깊숙이 개입했다. 부통령이었던 조이스 무주루가 대통령 암살 혐의로 물러난 것도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그레이스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 정권이 그의 연하 부인 그레이스에게 넘어가려 하자 결국 군부가 들고 일어났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에 나선 군부는 이구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을 감금했다. 촘보 장관은 그레이스가 이끄는 파벌의 핵심 인물이다.
짐바브웨의 독립투쟁을 이끈 영웅이었던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초대 총리에 올랐다. 87년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헌하고, 지금까지 37년간 집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