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강남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양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발언으로 강남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이번 8·2대책의 효과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개포지구 올 첫 분양…3.3㎡당 4000만원대 책정 고심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 재건축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서초구 신반포6차 재건축단지인 ‘신반포 센트럴자이’가 이달 중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강남3구에서는 올해 초 일반분양 물량이 96가구에 불과한 ‘방배 아트자이’ 분양 이후 공급 물량이 없어 이들 재건축 일반분양이 주목을 받았다.
올들어 강남구 분양시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는 전체 2296가구 규모로 일반분양은 208가구다. 강남 재건축 단지 흥행의 중심인 개포지구에 들어서는 단지로 분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앞서 개포지구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 가운데 최고 분양가는 지난해 8월 현대건설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로 3.3㎡당 4259만원 수준이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에 따라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평균 분양가가 4600만원 안팎(직전 최고 분양가*110%=4684만원)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이 단지 사전홍보관에서 예비수요자들에 ‘분양가가 3.3㎡당 4600만원 수준에 책정될 경우 청약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8·2 부동산 대책으로 자칫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어 분양가 책정을 두고 셈법은 복잡하게 됐다. 개포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최고분양가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지나친 고분양가 책정은 HUG에서 분양보증 발급을 거절당할 위험이 있다”며 “현재는 인근 단지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준용할 기준이 없어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연내 강남권 분양예정 단지 “실수요자에 오히려 기회”
실제 분양가가 높은 강남권 사업장의 흥행 여부는 분양시점의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 이후인 12월 분양에 나선 ‘신반포 리오센트’(신반포 18·24차 재건축)가 12.29대 1의 평균 경쟁률로 완판까지 60일이 걸렸다. 이는 앞서 대책발표 이전에 분양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자이(청약경쟁률 37.8대 1, 10일만에 완판), 래미안블레스티지(33.6대 1, 8일만에 완판), 디에이치아너힐즈(33.6대 1, 4일만에 완판)보다 저조한 성적표다.
서초구에서 이달 분양에 나서는 신반포6차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 센트럴자이도 분양가 책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잠원동 양지공인 관계자는 “대책 전에는 3.3㎡당 4300만~4500만원 사이에서 분양가를 고심하며 최고 분양가 책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대책이 나오면서 고조됐던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며 “현재로서는 3.3㎡당 4300만원대가 유력하게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 직전 이 단지 전용면적 108㎡형은 3.3㎡당 5000만원 수준인 16억원에 거래됐다.
대책 후 첫 분양에 나서는 두 단지의 흥행 여부는 이후 강남권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후속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말까지 강남권에서는 대치1지구(484가구), 개포8단지(1804가구), 청담삼익(1230가구), 서초우성1단지(1276가구) 등 재건축 물량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서울 강남권 인기단지도 전반적인 청약경쟁률이 떨어지는 등 영향이 있을 전망”이라며 “하지만 분양가의 하향조정 움직임이 이어지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