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본지 보도로 알려진 국민안전처(안전처) 담당자의 발언이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중대본 가동 시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300만명’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혹 실언인가 싶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른바 ‘중대본 300만명’ 발언은 일개 담당자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실언이 아니었다. 안전처 차관에게까지 보고된 보고서에 근거한 부처 방침에 따른 발언이었다.
지난 2일 이성호 안전처 차관 주재로 열린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긴급 실무자대책회의 문건에는 중대본 가동 시점을 신종플루를 예시 삼아 ‘확진 300만명’이라고 명시돼 있다. 중대본 가동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해당 회의를 주재한 이 차관은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 11일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관련 질의에 “‘300만명 보도’는 오보가 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신문사에서 기사를 내렸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재차 묻자 이 차관은 “오보다. 저희들이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고 답했다. (본지는 해당 보도를 수정 또는 삭제한 적이 없다.)
이 차관은 12일 기자와 만나 “몇몇 기자, 몇몇 국회의원이 (‘안전처 300만명’ 발언을) 따다가 안전처를 엿 먹이려는 마음으로 얘기하니까 ‘정정보도 됐다’고 말한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어 ‘300만명’이 명시된 내부회의 문건에 대해서도 “무슨 회의자료가 있는가”라며 발뺌했다.
재난 전문가인 조원철 한국방재안전학회 상임고문은 이번 논란에 대해 “재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비전문가 중심의 현 체제를 개혁하지 않는 한 안전처가 계속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헛발질하는 안전처의 비전문성을 어떻게 타파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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