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코리아]'초격차' 기술력 압도적 시장지위 유지

이재호 기자I 2014.11.18 05:00:00

한국 업체 D램 시장점유율 70% 돌파 '눈앞'
V낸드 비중 확대 등 낸드 시장 경쟁력 강화
시스템 반도체, 14나노 핀펫으로 도약 노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미세 공정 신기술 확보 및 제품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1세대 V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오희나 박철근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0나노 D램과 3차원(3D) V낸드 등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면서 상당 기간 동안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약세를 보여왔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14나노 공정을 개발하는 등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다.

◇ 메모리 시장 절대 강자…경쟁자가 없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D램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7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7일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1.7%, SK하이닉스가 26.5%로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과 미국, 대만을 대상으로 한 지역별 점유율은 69.7%로 종전 기록이었던 69.6%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동안 글로벌 D램 시장에서 한국이 점유율 70%를 넘어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미세공정 수준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신기록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약진이 눈부시다. 한국업체간 경쟁을 통해 시장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D램익스체인지의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29.7%로 1위를 질주했으며, SK하이닉스는 10.3%로 5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만 20%대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시장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자체가 오랜 치킨게임을 끝내고 과점 체제로 재편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경쟁 대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을 양산하기 시작하는 등 D램 분야의 미세공정 혁신을 이끌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10나노대 공정 비중과 V낸드 제품 공급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4분기부터는 V낸드를 탑재한 개인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D램 미세공정 수준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낸드플래시 사업은 지난 3분기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SSD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체 낸드플래시 사업 규모를 키워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격차가 6개월 정도 앞서면 독식할 수 있는 구조”라며 “현재 20나노대 D램은 1년 이상, 낸드 분야는 2년 정도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스템 반도체 반등 모멘텀 확보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국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시장이다. 인텔과 퀄컴 등 선두권 업체와 비교할 때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모두 열세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였던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대만의 TSMC·UMC와 중국의 SMIC 등 중화권 업체들에 밀려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그러나 전체 반도체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접어들면서 파운드리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노려볼 만한 발판을 마련했다. 14나노 핀펫 공정을 활용하면 기존 공정보다 처리속도를 20% 높일 수 있고 전력 소모량은 35%가량 줄일 수 있다.

두영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4분기 이후 14나노 공정이 적용된 제품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시스템 반도체에서 14나노 제품 비중이 30% 정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퀄컴이나 애플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내년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도 현재 매출 비중이 3% 수준에 불과한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LDI) 컨트롤러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중국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기반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최근 들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파운드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을 크게 개선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용어설명>

*핀펫(Fin-Fet) : 3차원 반도체 공정기술. 소비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소자를 3차원 입체 구조로 만든 것으로 소자의 게이트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핀)와 흡사해 핀펫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