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사업 축소에 본격 나섰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목적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사업 계획을 승인받았다가 최장 10년 동안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공공택지 154개 지구, 694개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대상에 오른 택지 규모만 약 19㎢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6.5배에 이른다. 여기에는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분양아파트 약 8만채가 들어서게 될 부지를 민간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담겨 있어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 구조조정 방안이 이달 안으로 최종 확정된다. LH는 국민임대·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을 맡아온 국내 최대 공공주택 공급원이다. 서민을 위한 아파트 공급 대기 물량이나 마찬가지인 LH의 승인 후 미착공 사업장에 정부가 칼을 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보유한 미착공 물량이 오랫동안 과도하게 누적돼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LH가 제시한 안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단계적인 물량 해소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LH 보유 토지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LH가 보유한 승인 후 미착공 택지 총 694개에서 공급이 예정된 아파트는 모두 41만3600채다. 작년 전국에서 착공한 전체 주택 수(약 43만채)에 버금가는 물량이 수년째 시장이 풀리지 못한 채 쌓여 있는 것이다.
LH가 마련한 구조조정 안의 핵심은 이 중 공공분양 목적으로 건설 인허가를 받은 37개 택지지구 내 100개 블록(7만7000가구)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의정부 민락2·화성 봉담2·인천 가정지구 등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는 물론 화성 동탄2·화성 향남2지구 등 신도시 내 택지도 대거 포함된다.
경기 고양 향동·안산 신길온천지구와 강릉 입암·공주 월송지구 등 전국 14개 지구의 24개 블록(1만7000가구)에서는 공공주택 사업이 전면 취소된다. 국민임대주택 3만9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택지는 현 정부의 국책 사업인 행복주택 용지로 전환된다. 민간 공동사업·대행 개발 등 LH의 사업비 부담이 적은 대안 사업도 4만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여기에 총 15만5000가구 상당의 택지는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정상 착공해 미착공 물량을 현재의 5분의 1 수준인 8만5000가구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LH의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및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150만호 건설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대거 사업 승인을 받았다가 재정 문제 등으로 착공이 미뤄져 공급 대기 물량이 과도하게 쌓였다”며 “이미 투입한 사업비의 이자 부담이 점점 커져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 공공기관이 무주택 세대주를 위해 짓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통합한 개념. MB정부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 150만호를 짓기로 했다.
국민임대주택 : LH나 지방공사가 정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 건설한 뒤 무주택 서민에게 30년간 임대하는 주택. 노무현 정부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0만호 건설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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