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職)’을 걸고 풀겠다던 우리금융지주(053000) 매각이 국회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야권발(發) 정계개편에 따른 여야 정쟁이 이어지고 있어 우리금융 매각 일정이 올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영화 표류는 공적자금 조기회수와 극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추진했던 ‘5대 법안’ 통과가 모두 무산됐다. 5대 법안이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금융위법 개정안) △우리금융 민영화(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금융회사의 고객정보 관리 강화(신용정보법 개정안)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통합(산업은행법 개정안)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금융회사지배구조제정법)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금융위가 가장 공을 쏟은 것은 ‘우리금융 민영화’. 신 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초 분리매각 구상을 밝히면서 “첫 번째 매각 대상인 두 지방은행의 매각이 무산되면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힐 정도로 우리금융 매각을 ‘제1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가 파행하면서 자칫 4월이 아닌 6월 임시국회로 조특법 개정 처리가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경우 지방은행 인수자 측에서 발을 빼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민영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지시사항인 금소원 설치는 아예 논의대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로 정치권도 금소원 설립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야당이 금융위 폐지를 전제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신용정보법 개정안과 산은법 개정안, 금융회사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등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금융권에서는 국회의 힘이 기형적으로 커진 현 구조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금융당국도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다”며 “6월에는 국회 상임위 소속 위원들이 대부분 교체될 예정이어서 5대 법안 처리가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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