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러고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스위스에 무슨 일이

이정훈 기자I 2014.02.15 07:01:02

지배구조 강화-CEO 임금제한에 EU이민 규제 `결정타`
스위스 경제장관, 기업신뢰 붕괴 우려..반론도 만만찮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 인구의 1%에 불과하면서도 유럽지역 최대 기업 4곳 가운데 3곳의 본사를 두고 있는 스위스를 상징해 온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실 스위스만큼 기업하기에 우호적 환경을 갖춘 나라는 드물다. 안정적인 법체계와 기업에 우호적인 세제가 이 알프스의 작은 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 또한 스위스는 유연성있는 노동법과 잘 교육받은 노동력 등이 스위스 경제의 경쟁력을 담보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글렌코어와 프록터앤갬블(P&G)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과 헷지펀드들도 유럽 본부를 스위스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스위스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유입되는 이민자 쿼터를 두기로 합의한 일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3월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지배구조 법령이 통과됐고 끝내 최종 부결되긴 했지만 11월에는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임금을 최저 소득 근로자의 12배로 제한하기로 한 입법 시도도 있었다. 올 하반기에는 월 4000스위스프랑(약 475만원)의 최저 임금을 도입하느냐를 두고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같은 최저 임금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이같은 규제들이 스위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자 신문에서 지적했다.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경제교육연구부 장관도 “이같은 조치들이 스위스 국민들과 기업 엘리트들 사이에 존재하던 신뢰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신뢰 붕괴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여러 국가들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스위스의 최근 현상이 경기 침체로 나타나는 사회의 보수화 추세라고 풀이하고 있다.

마이클 허먼 소토모리서치연구소 연구원은 “사회가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는 경제 성장을 따라가는 것이고 최근 경제 침체가 이런 보수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도 사그러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위스의 친(親)기업 성향에 변함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슈테판 카렐리 IMD경영대학원 교수는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친 기업적”이라고 전제하며 “이민 제한법은 이런 성향이 바뀐 것이라기보다는 직접 민주주의 전통을 더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해석을 내놓았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제약업계 공룡 노바티스사의 조 히메네스 최고경영자(CEO)도 “스위스는 여전히 매우 기업 친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 곳에서 편안하게 사업하고 있다”며 “이민 규제에 따른 영향을 지금 당장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