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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QE 걱정` 10주만에 첫 닷새째 하락

이정훈 기자I 2013.12.06 06:05:28

3대지수 동반 하락..애플 덕에 나스닥은 선방
JC페니, 헤지펀드 매도에 급락..MS도 약세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닷새째 하락했다. 지난 9월말 이후 10주일만에 가장 긴 조정국면이다. 고용과 성장 지표가 동반 호조를 보이면서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었다.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인사의 매파적 발언도 한몫했다.

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68.26포인트, 0.43% 하락한 1만5821.51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4.84포인트, 0.12% 떨어진 4033.16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7.78포인트, 0.43% 낮은 1785.03에 머물렀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데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속보치인 2.8%보다 크게 높은 3.6%로 상향 조정되면서 양적완화 축소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또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2월중에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논의될 것이며 연준은 양적완화 한도 또는 종료시점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부담을 더 키웠다.

이런 가운데 대형 할인점인 달러제너럴의 3분기 실적이 양호했지만, 코스트코와 L브랜즈 등 소매업체들이 쇼핑 대목인 11월에도 부진한 동일점포 매출을 기록한 것이 시장을 짓눌렀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수정 경제전망에서 저성장과 저물가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그나마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가능한 모든 부양책을 총동원하기 위해 높은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발언하며 낙폭을 다소 제한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영국에서도 정부가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영란은행도 예상보다 일찍 출구전략을 쓸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됐다.

개별 종목별로는 애플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공급계약 체결과 칼 아이칸의 자사주 취득 주주 표결 요청 등 호재를 업고 1%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는 570달러대에 안착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의류 소매업체인 에어로포스테일은 4분기 적자폭이 시장 예상보다 컸다는 소식에 약세를 보였고, 세이프웨이도 협력사인 재나가 지분을 축소한 탓에 5% 가까운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국 대형 백화점인 JC페니도 헤지펀드 매니저인 카일 배스가 지분을 처분했다고 밝힌 뒤로 8% 이상 추락하고 말았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포드자동차의 앨런 멀레이 최고경영자(CEO)가 스티브 발머 CEO의 후임으로 자리를 옮길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JP모건체이스도 약세를 보이며 대형주 하락을 주도했다.

◇ 애플-차이나모바일 손잡았다..‘아이폰’ 도약기대

애플이 결국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고객으로 잡는데 성공했다. 7억40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토대로 ‘아이폰’의 점유율이 크게 뛸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차이나모바일과 공식적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전날 전해졌던 차이나모바일의 ‘아이폰5S’와 ‘아이폰5C’ 모델 사전 예약판매 소식에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18일 광저우에서 대규모 컨퍼런스를 열어 4세대(4G) 이동통신 네트워크 브랜드를 공개할 계획인 차이나모바일은 이 시기에 맞춰 4G 서비스가 가능한 ‘아이폰’을 공식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애플이 차이나모바일과 손을 잡게 되면서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보다 7배나 많은 가입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매출 기준으로 애플의 3위 시장이지만, 경쟁이 격화되면서 애플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실제 애플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와 현지 제조업체인 레노보, ZTE 등에 밀려 업계 7위인 5%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피스는 차이나모바일이 앞으로 매달 15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내년중 중국내 아이폰 가입자수는 거의 2000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판매대수 기준으로는 17% 정도가 늘어나는 셈이다.

◇ 록하트 “양적완화 한도 또는 종료시점 설정해야”

연방준비제도(Fed)가 이제는 양적완화 한도를 설정하거나 종료시점을 명확히 제시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주장했다.

그동안 연준의 부양정책을 적극 지지해온 록하트 총재는 이날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열린 강연에서 “연준이 양적완화에 따른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것인지,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에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을 가지지 않는 비보팅 멤버로 참석하고 있는 그는 “FOMC에서 양적완화 한도를 설정하거나 종료시점을 정하자고 주장하는 참석자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경제흐름이 긍정적이고 노동시장도 앞으로 개선될 것이며 인플레이션 역시 연준의 목표인 2%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며 “나의 내년도 전망은 대체로 견고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록하트 총재는 “12월에 열리는 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 美고용-성장지표 깜짝호조..QE축소 우려 커졌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2만3000건 급감한 29만8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2주일전의 32만1000건은 물론이고 32만5000건이었던 시장 전망치를 모두 하회했고, 지난 9월 첫째주 이후 3개월여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추세적인 청구건수도 5주일 연속으로 감소하며 고용 개선을 확인시켰다.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는 32만2250건으로, 전주의 33만3000건보다 줄었다. 이는 9월말 이후 두 달 보름여만에 최저였다.

또한 3분기 GDP성장률 수정치는 당초 속보치였던 2.8%보다 무려 0.8%포인트나 높아진 3.6%에 이르렀다. 3.0%였던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기업들의 재고 증가가 성장률 상향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 실제 3분기 기업재고는 1165억달러나 늘어나 속보치에서 제시했던 860억달러보다 크게 상향 조정됐다. 특히 이는 지난 1998년 1분기 이후 무려 15년 반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GDP 성장률을 1.68%포인트 높이는 역할을 했다. 또 기업 투자지출은 3.5%나 늘어나 종전 속보치인 1.6%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민간 소비지출은 1.4% 증가에 그쳐 지난 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앞당길 수 있는 재료들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매튜 카우플러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지표들로 보면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예상보다 일찍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압박요인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ECB, ‘저성장-저물가’ 전망..“부양책 총동원”

지난달 전격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한 달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인하 효과를 일단 지켜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ECB 실무진은 2015년까지의 경제 전망에서 낮은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길어질 것임을 예상했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모든 부양책을 총동원하기 위해 높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추가 부양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25%로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또 하루짜리 대출금리인 최저 대출금리도 0.25%로,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도 0%로 각각 유지했다. 이같은 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앞서 블룸버그가 52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모두가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내년과 2015년에도 경제 성장 회복세가 더딘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자금시장과 대출 상황이 아직도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낮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CB 실무진도 이날 회의에 제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는 0.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1.1% 확장세를 보이고 2015년에는 1.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1.4%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1.1%, 2015년에는 1.3%로 올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물가 전망치는 처음 제시된 것이다.

이에 따라 드라기 총재는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상당기간 현 수준 또는 지금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며 앞으로 통화정책도 필요한 만큼 부양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재차 약속했다. 특히 “추가적으로 정책수단들의 실효성을 분석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책수단을 동원할 높은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코스트코-L브랜즈, 11월 매출부진..달러제너럴은 실적개선

미국 소매업체들의 지난달 동일점포 매출이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로 대표되는 쇼핑시즌에도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냈다.

미국 최대 회원제 마트인 코스트코 홀세일은 지난달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3.5%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에는 못미친 수준이었다. 또 빅토리아 시크릿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의류 소매업체인 L브랜즈는 지난달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감소폭은 시장 예상치인 1.1%보다 훨씬 더 컸다.

반면 미국의 대형 할인 소매업체인 달러제너럴의 올 3분기(9~11월) 순이익이 2억3740만달러, 주당 74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2억770만달러, 주당 62센트보다 14% 증가한 것이다. 또 이 기간중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주당 72센트를 기록하며 전년동기의 63센트보다 증가했다. 또한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주당 70센트보다도 높았다.

이에 따라 달러제너럴은 올 회계연도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주당 3.15~3.22달러에서 3.18~3.2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회사측은 “강력한 선제적 판매 전략이 이같은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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