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출범 한 달..잠잠한 이유는?

이현정 기자I 2013.05.09 06:00:00

포화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부족
이팔성 회장 조기퇴진으로 탄력 못받아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우리카드가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지 한 달이 넘도록 이렇다할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카드가 지난달 1일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신상품 ‘듀엣 플레티늄 카드’는 지난달 말 현재 7만5000여장 발급에 그쳤다. 가장 최근에 분사한 KB국민카드가 출범과 함께 선보인 ‘KB국민 와이즈카드’가 18일만에 10만장, 한 달 동안 20만장 가까이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듀엣 플레티늄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카드’로 통장 잔액 내에서 쓰면 체크카드처럼 결제되고 이를 초과하면 3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다. 또 결제시 고객이 지정한 잔고 이하가 되면 자동으로 신용결제 되는 서비스도 탑재됐다.

하지만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모든 카드사들이 기존 카드에 이같은 하이브리드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와함께 예상치 못한 사옥 입주 문제로 출범이 한 달이나 미뤄지는 사이 경쟁사들이 대거 신상품을 출시, 선제적으로 체크카드 고객몰이에 나선 영향도 크다.

우리카드 분사 직전 출시된 ‘신한S-초이스 체크카드’는 25만장 이상 발급됐고 하나SK카드의 ‘메가캐쉬백 더 드림 체크카드’도 12만장 가까이 팔렸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압박 등 카드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다 지주사 회장이 바뀌는 시점이라 영업에 탄력을 받을 상황이 아님에도 이정도면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며 “최근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판매 실적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정부의 조기퇴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예상보다 일찍 물러나면서 우리카드가 시장에 자리잡기까지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고 업계는 보고있다. 우리카드 출범 2주 만에 이 회장이 사임을 밝힌 우리금융은 현재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장 선임으로 지주 분위기가 뒤숭숭한 시점에 정 사장이 영업이나 홍보에 적극 나서기도 애매할 것”이라며 “회장이 새로 선출되면 으레 계열사 CEO들이 일괄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받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하반기나 돼야 자리잡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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