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고씨는 자신이 산 아파트에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세입자 이모씨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은 1억3000만원. 결국 그는 3억원에 아파트를 산 셈이 됐다. 이 아파트의 지난 9월 평균 매매가는 2억8000만원(국민은행 자료)으로 집값은 꾸준한 하락세였다. 결국 그는 낙찰가의 10%인 입찰보증금 1700만원만 날리고 아파트 구입을 포기했다.
한빛경매컨설팅 관계자는 “경매 초보인 고씨는 가장 기본인 ‘매각 물건 명세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며 “주택의 경우 세입자 유무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9·10 대책’ 발표로 올 연말까지 주택 취득세가 절반으로 줄면서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3번 유찰되면 시세의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어 법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문제는 무작정 경매에 뛰어든 초보자들이 유찰 회수가 2~3회 이상인 아파트를 싼 가격만 보고 낙찰 받았다가 계약금만 날리는 일이 자주 생긴다는 점이다. 고씨의 사례처럼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확인하지 않고 응찰해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경우는 가장 흔한 실수다.
지난 23일 현재 3번 이상 유찰된 서울의 반값 아파트는 모두 36개다.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11월 수도권 신건 아파트 낙찰률은 1.32%에 불과했지만 1회 유찰되면 47.99%, 2회 유찰 87.56%, 3회 유찰 87.5% 등으로 2~3회 유찰된 물건은 낙찰률이 90%에 육박했다. 유찰 4회 이상 아파트도 낙찰률이 71.43%에 달했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3회 이상 유찰된 물건은 감정가의 반값으로 떨어져 응찰자가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찰이 잦으면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만큼 법원에 비치된 매각물건 명세서를 꼼꼼히 읽어 임차인의 보증금, 유치권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손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