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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플래그쉽 매장 가운데 하나인 맨해튼 5번가 애플스토어를 찾은 시각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매장 주변은 이미 환한 아침이었다. 매장 조명은 물론이고 그를 둘러싼 방송사들의 중계차 조명들로 대낮처럼 밝았고,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 고객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애플스토어에는 이미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애플 관계자들 얘기로는 맨 앞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30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십여명의 경찰들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실 이번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과거 제품들에 비해 혁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에서부터 구글을 대체한 애플 맵(지도)의 부실함 등 온갖 악평들이 쏟아졌지만, 매니아들의 애플 사랑은 여전해 보였다.
뉴욕 플러싱에 살고 있다는 한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아이폰4S’와 ‘뉴 아이패드’를 보여주면서 “이들 외에도 ‘맥북 에어’와 ‘아이팟터치’도 쓰고 있다”며 자신을 ‘애플 매니아’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는 “‘아이폰5’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그와 상관없이 애플의 모든 제품을 다 소장하는 게 나의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反 애플-월가 시위대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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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살고 있는 대학생인 토마스 볼라노씨는 자신의 친구들과 직접 쓴 피켓을 들고 애플의 중국 위탁업체 노동 관행과 미국에서의 납세 회피 등을 비판했다.
그는 애플 위탁생산업체인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의 노동 착취와 미성년 노동 관행 등을 개선하라고 외쳤고, 애플이 이익을 역외 계좌로 빼돌려 미국 연방정부에 내야할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가했다. 급기야 그는 친구들과 함께 ‘애플을 점령하라(Occupy Apple!)’는 구호까지 외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얼마전 월가 점령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시위에서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뉴욕 경찰의 진압을 비판하는 시위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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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언론들의 관심은 누가 이 매장에서 1호로 ‘아이폰5’를 손에 쥐느냐 하는데 집중됐다. 오전 7시 정각이 되자 매장 문이 열렸고, 첫 줄에 선 10여명의 고객들이 스탭들의 박수 세례속에 입장했다.
이들 속에서 처음으로 ‘아이폰5’를 받아쥔 인물은 하젬 사이드라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였다. 사이드씨가 매장 입구에서 ‘아이폰5’를 들어 보이자 언론사들의 카메라가 몰려 들었고 인터뷰가 이어졌다.
사이드는 “하루전날 아침부터 줄을 서 밤새 여기서 보냈다”며 “지금 너무 피곤하지만, 피곤한 만큼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자신의 ‘아이폰5’를 바라보면 “첫 눈에 반했다”며 무한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편 센트럴파크와 5번가에 있는 매장 특성 탓인지, 매장 앞에 줄 선 고객들 가운데 셋 중 하나 정도는 중국인들이었고 남미쪽 고객들도 꽤 많았다. 자국에서 구할 수 없는 ‘아이폰5’를 하루라도 일찍 만져보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몰려든 탓이다. 중국과 남미 국가들은 모두 1차와 2차 출시국에서 밀렸다.
◇ “우리가 혁신”..사상최대 판매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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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내 한 스탭에게 “이번 ‘아이폰5’가 기존 제품에 비해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시각들이 많다”고 하자, 그는 곧바로 “그런가”라고 되물은 뒤 “그러나 나에게는 애플 자체가 바로 혁신이고, 여기 모인 고객들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공식 집계는 해보지 못했지만, 실제 오늘 아침 고객수만해도 지난해 ‘아이폰4S’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며 “오늘 하루 우리 매장에서만 1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아이폰5’는 사상 최대 판매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도 낙관했다.
이날 한 월가 애널리스트도 오늘 이 매장앞에서 기다렸던 고객들이 775명으로, `아이폰4S`때의 460명보다 훨씬 더 많았다면 이번 주말에만 8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아이폰5’는 지난 14일 선주문 첫날에만 사상 최대인 200만대 이상을 팔아 치웠고, 월가 전문가들은 출시 첫주 동안에만 최대 10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