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4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세 곳이 넘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200만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빚 갚을 능력이 떨어져 `가계 빚 대란`의 뇌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CB자료는 은행, 카드회사, 저축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회사 가운데 90%를 대상으로 파악한 수치로 실제 다중채무자는 2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억제 대책을 펴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한도를 줄이면서 생긴 일종의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KCB 관계자는 "다중채무자는 소득이 낮고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5~7등급 신용을 가진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은행권서 대출을 줄이니 카드회사나 저축은행 쪽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중채무자는 벌이는 시원찮은데 은행권에서 대출을 줄이니 다른 곳에서 다시 돈을 빌려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쓰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고객수나 취급액 기준으로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중위 신용등급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고, 2010년 상반기 이후 1년간 발생한 신규 가계 대출의 66%가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계에서 나왔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돈줄을 죌 때 다중채무자의 부실위험이 많이 증가한다는 데 있다. 빚으로 빚을 갚다가 더는 대출을 받지 못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장 위험한 것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비은행권 다중채무자"라며 "2008년 이후에는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 부실화 가능성이 큰 비은행권 다중채무자가 상당히 증가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은행이 리스크 관리하면서 일부 영향을 줬고, 햇살론 같이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도 저신용층 대출로 잡혔다"면서도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