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영천시장 입구의 식당. 오고가는 지역 주민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답을 내놓았다. 여러 현장을 다녀봤지만 다른 지역구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모두들 “정치에 관심없다. 모른다”면서도 한편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떤 주민은 “그럴 만하다. 벌써 네 번째 대결이다”고 정답을 귀띔했다.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로 시작된 ‘이성헌 대 우상호’의 대결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첫승을 거머쥔 이는 이성헌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이후 17대 총선에서 우상호 민주통합당 전 의원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18대 또다시 이 의원이 되찾아갔다.
12년째 벌이고 있는 맞대결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선거 운동도 필요없다. 알 만한 유권자들은 이미 양 선거캠프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 이성헌 의원과 우상호 전 의원은 나란히 연세대 81학번 동기인데다, 이 의원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을 지냈고 우 전 의원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대결 때마다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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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번째인데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 있나요. 명함 많이 돌리는 것보다 민원인을 만나거나 행사에 참여해 지역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공약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죠.”
우 의원 캠프 관계자는 말했다. 선거 몇주 전 지역구를 결정하고 움직이는 다른 지역구 후보들과 전략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지금도 새벽 5시30분이면 꼬박꼬박 안산으로 향한다. “굳이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새벽이면 등산을 합니다. 운동하며 주민을 만나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듣는 것이죠.” 한승수 보좌관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운동 후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홍제역 부근이나 대학가를 찾아 출근 인사에 나선다. 19일 아침의 경우 모교인 연세대를 찾았다. 점심을 간단히 먹은후 지역행사나 학부모 모임, 영천시장 등 주부들이 많은 곳을 찾는다. 하루 대부분을 지역민을 직접 만나는데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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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은 입을 모아 “막상막하다. 누가 낫다 아니다 여부를 말하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결국 당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는 유권자도 나오는 실정이다.
영천동에서 4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강모(66)씨는 “이 의원은 부지런하고 지역관리를 잘하고, 우 전 의원은 사람이 참 좋다”며 “이번의 경우 당을 보고 뽑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유권자는 “번갈아가며 한번씩 뽑았는데 달라지는 게 없더라”는 자조섞인 의견도 내놓았다. 영천시장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나잇살 먹은 사람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해도 젊은층은 사람이 바뀌면 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의견만큼 여론조사 결과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35.7%, 우 전 의원은 34.8% 지지율을 얻었다. 1% 포인트 차이도 나지 않는다. 한국일보 조사의 경우 이 후보(31.4%)가 우 후보(26.7%)를 4.7% 포인트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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