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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정보의 불편한 진실

성문재 기자I 2011.12.29 08: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9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올해 입주한 아파트 가운데 웃돈이 가장 많이 붙은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고급 단지라는 소식이 얼마전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공급면적 120㎡형의 프리미엄이 무려 3억30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으로,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분석한 결과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3.3㎡당 9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한강에 바로 맞닿아 있어 조망이 탁월하고 자가용 이용시 영동대교, 올림픽대로, 동부간선도로 등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봉은초·중, 경기고, 휘문고, 영동고 등 학군 또한 뛰어나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알려진 사실과 크게 달랐다. 해당 단지를 주로 취급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는 웃돈과는 거리가 있었다.

A공인 관계자는 "해당 단지는 아직 입주한지 2~3달 밖에 안돼 실제 거래가 거의 없다"면서 "매도호가는 높게 형성되어 있지만 당장 거래가 성사되려면 지금 부르는 가격보다 1억원 정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공인 관계자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이 단지의 일반분양분은 3층 이하의 저층에 해당하는데 이 물량의 경우 기존 분양가와 현재 시세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알려주자 프리미엄 계산방식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층의 일반분양 물량 가격과 고층의 조합원물량 가격을 비교한 것 같다며 실제 이정도 웃돈이 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또다른 정보업체에서도 현지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 자료가 제공됐다. 한해동안 전세가격이 많이 오른 단지를 조사한 것으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의 공급면적 175㎡형이 1위를 차지했다.

올초 3억7500만원하던 전셋값이 6억원으로 올랐다. 인근지역의 소형 아파트 한채를 전세로 더 얻은 셈이다. 이 업체는 학군에 따른 수요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말은 달랐다. 재건축을 앞두고 이주가 예상되면서 지난해말 전세값이 폭락했는데 재정비가 미뤄지면서 올초부터 전셋값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업체들의 왜곡된 정보 전달은 단순한 실수로 이해하기에는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들의 정보에 의존해 부동산 시장을 판단하고 투자, 매매 등을 결정하고 있다. 전재산의 70%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이 사실과 다른 정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불편한 진실 속에서 소비자들은 다시 한번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 시장을 잘 알고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정보제공업체로서 새해에는 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보다 정확하고 의미있는 자료들을 생산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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