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화의 미래` 대전중앙연구소를 가다

전설리 기자I 2011.05.03 12:31:00

태양광으로 제2도약 꿈꾸는 한화②
태양광·2차전지 등 신사업 핵심기술 인큐베이터

[대전=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서울에서 KTX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전 대덕연구단지.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연구소들이 밀집돼 있는 이곳에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도 둥지를 틀고 있다.

▲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본관 앞 표지석
정문을 들어서니 푸른 잔디와 나무, 연못 등 녹지로 꾸며진 조경이 대기업 연구소라기보다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본관 바로 앞 표지석에 새겨진 `나의 연구는 한화 미래`라는 글귀가 이곳이 한화케미칼(009830)의 중앙연구소임을 알리며 방문객을 맞는다.

표지석의 글귀처럼 중앙연구소에서는 2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태양광, 2차전지, 바이오, 나노소재 등 한화가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사업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소의 비전이 유화에서 신사업으로 바뀌면서 최근 1년새 연구원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최근 신사업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인재 확보전도 치열한 상황이죠.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들의 연봉 수준은 물론 복지제도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관계자의 말이다.

중앙연구소 인근에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 호남석유화학 등의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는데 `신사업 경쟁력=기술력=인재` 등가 공식에 따라 인재 확보를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같은 학교 출신의 동문이라고 해도 서로 연구 내용이나 연봉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등 긴장감이 높다"고 그는 분위기를 전했다.

연구소 본관 뒷편에 자리잡은 실험동들은 곳곳이 공사중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를 짓고 있는 것. 신사업 연구개발(R&D)이 얼마나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2015년까지 태양광 사업을 캐시카우로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2차전지, 2020년 이후 나노소재 사업을 순차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 태양광 고효율 전쟁..해답은 R&D에 있다

"태양광 사업은 결국 고효율, 저비용 싸움입니다. 누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효율 높은 태양전지를 개발하느냐가 관건이죠. 이를 위해서는 R&D가 가장 중요합니다" 조재억 한화케미칼 솔라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학박사)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최근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 반도체 산업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효율 태양전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고효율 전쟁은 곧 저비용 전쟁, 가격 경쟁력 전쟁이다. 동일한 투자비를 들여 출력이 높아지면 결국 생산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효율-비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 관계에 놓여 있다. 실제로 태양광 모듈 효율을 1% 높이면 시스템 설치 비용이 4%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조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화케미칼 솔라연구센터에서는 태양광 흡수율을 높이고 반사율을 낮춰 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그러나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자료에 따르면 일반 결정형 태양전지 효율은 지난 22년간 11% 상승했다. 연평균 0.5%포인트 오른 셈. 이처럼 효율 향상 속도가 느린 이유는 재료 또는 제조상 결함 등의 이유로 태양전지로 유입된 태양광 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소실돼버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화케미칼은 태양전지 표면을 인공적으로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빛의 반사를 최소화하거나(텍스처링), 특수한 코팅을 입히거나(반사 방지막), 전극을 뒷면으로 보내 빛의 흡수를 극대화하는 기술(후면 전극) 등을 개발중이다.

조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은 2013년까지 효율 21% 이상의 후면전극형 태양전지를 개발한다는 목표"라며 "이는 현재 상용화된 태양전지 평균인 15%보다 6%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잉곳·웨이퍼·모듈 관련업체와 국내 대학·연구기관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지원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전경

◇ 발전된 전기를 저장하라..2차전지 소재 개발도 박차

"2차전지는 안 갈 수 없는 시장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발전된 전력을 저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화케미칼은 일찌감치 2차전지 소재 연구에도 착수, 10년간 피땀어린 연구 끝에 기존 양극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양극재 LFP(리튬 인산 철)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울산 2공장 내에 연산 6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기계적 준공한 뒤 현재 시험 가동중으로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다. 600톤은 약 12만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2차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

양극재 연구 초기단계부터 참여해온 박세웅 배터리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10년의 연구가 결실을 맺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한화케미칼이 개발한 양극재는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휴대폰이 폭발하면 화상이지만 자동차가 폭발하면 사망이죠. 중대형 전지의 경우 그만큼 안전성이 중요한데 한화의 양극재는 안전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전망이 밝다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 가운데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으로 가격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한화케미칼은 양극재 뿐만 아니라 충전 속도가 빠른 차세대 음극재도 개발중으로 향후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은 "2차전지 분야는 소재 전문기업으로 육성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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