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관 "박근혜 효과 이렇게 강할줄은.."

김지은 기자I 2010.12.31 08:00:00
[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박근혜 효과, 이렇게 오래갈줄 누가 알았나."

기관투자가들이 아가방컴퍼니(013990)를 매도한 직후 아가방컴퍼니의 주가가 나흘간 무려 20% 가까이 급등하자, 기관 투자가들이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가들은 지난 27일부터 아가방컴퍼니에 대한 매도세를 본격화했다. 기관 투자가는 24일까지는 아가방컴퍼니 주식 22만7358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7일 이후 공격적인 매도세를 펼친 끝에 30일 기준 126만5813주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팔아치운 주식 수량만 하더라도 257만4000여주에 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7일부터 아가방컴퍼니 주가는 날개를 달며 고공행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형 생활복지`를 제안하는 등 복지정책을 강조하고 나서자 아가방컴퍼니가 박근혜株로 분류되면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

기관 투자가들의 아가방컴퍼니 평균 매도 가격이 주당 2629원이지만 30일 현재 주가는 3085원을 기록, 기관의 매도 시점보다 무려 17.34% 급등한 상황이다.

그간 아가방컴퍼니의 주가 흐름을 보면 기관 투자가들이 2600원대에 매도를 결정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가방컴퍼니 주가는 지난 6월1일 2000원대에 진입한 이후 12월24일까지 2000~2450원대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이 기간은 기관 투자가의 아가방컴퍼니 누적 주식수가 순매수 흐름을 보였던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5월 말 아가방컴퍼니 주가가 1835원까지 떨어지자 저점이라고 생각한 기관투자자들이 점진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렸지만, 무려 6개월여간 박스권에 갇혔으니 주식을 팔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던 셈이다.

6월말과 9월 초 두차례 2450원까지 치솟으며 단기고점을 형성했지만 2450원의 벽에 부딪히기를 반복했던 것. 답답했을 법한 주가 흐름은 27일 2545원까지 치솟았고, 기관 투자가들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매도 기회로 삼았다.

당시만 해도 아가방컴퍼니 주가 강세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정책을 강조했던 27일만 하더라도 장중 2545원, 11%까지 올랐던 주식은 상승폭을 빠르게 반납, 2%대 상승에 그친 채 거래를 마쳤고, 28일에는 오히려 하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기관 투자가 입장에서는 일단 박스권을 벗어났지만, 주가 상승세가 그리 오래갈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만큼 지루하게 들고 있던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하지만 아가방컴퍼니는 한발 늦은 29일부터 상한가를 시작,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더니 3000원대마저 뚫고 올라섰다. 3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이후 약 1년만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펀더멘털 개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테마주에 엮여서, 그것도 실제로 수혜가 가능할지 여부조차 불확실한 종목에 대해 매수세를 지속하는 것 역시 추천할만한 일은 아니다"면서 "현재 주가가 급등해있는 이 시점에서는 기관 투자가들이 일찍 매도한 것을 아쉬워할 수는 있겠지만, 테마주의 변동성이 워낙 커서 오히려 그때라도 판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시점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빠르고 정확한 이데일리가 제공하는 고급 투자정보지 `스마트 브리프` 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데일리 홈페이지(www.edaily.co.kr)를 방문하시면 오전 8시, 오후 5시 하루 두 번 무료로 `스마트 브리프`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