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자산운용사 등이) 콜시장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일단 놔두고 RP시장의 제도를 개선해 자연스럽게 RP시장 쪽으로 이동하도록 하겠다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균형 차원에서도 RP시장 살려야
당국이 RP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배경에는 RP시장이 살아나야 콜 시장 쏠림현상이 줄어든다는 점 외에도 단기물 채권이 활성화되지 못한 채권시장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담겨있다.
RP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지면 국채나 통안채 등 담보로 맡길 수 있는 채권에 대한 수요 자체가 증가한다. RP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 외에 다양한 거래도 가능해진다.
가령 만기 3개월 RP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통안채나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그 보다 금리가 높은 양도성예금증서(CD)에 투자해 금리차이 만큼 수익를 챙길 수 있다. RP매입자는 담보로 받은 국채를 공매도하고 저평가된 국채선물을 사들여 이익을 낼 수도 있다. 국채의 수요가 많아지면 정부가 싼 이자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통화정책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단기금리에서 장기금리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지금은 초단기금리에서 3개월물 또는 6개월물 사이를 연결해줄 통로가 사실상 끊겨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 베스트 안(案) 있지만 증권· 자산운용사 반발에 고민
RP시장의 활성화와 콜시장의 정리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2010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콜시장에서 비은행권 금융사들을 퇴출시키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유예기간을 두고 콜시장 조달금액을 자기자본의 일정부분까지로 제한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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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서는 그쪽에서 자금을 굴리는 고민을 해 볼 여지가 있지만, 당장은 콜시장을 떠나기 어렵다.
시장 관계자는 "콜시장에선 돈을 떼이지 않는다는, 혹시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갚아준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보없이 거래되지만 `정부`라는 보이지 않는 담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증권금융 RP중개자로 등장, 역할 강화
RP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가 내놓을 대책은 ▲RP시장 참여기관 확대 ▲ 각종 거래 인프라 개선 ▲자산운용사 등의 RP매매 관련 규제완화 등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자금의 수요자인 증권사들이 RP시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무담보신용대출(콜론)을 담보대출로 바꿔야 하는 증권사들은 당장 담보로 맡길 채권을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증권금융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기관간 RP거래에선 통상 국공채 통안채 등 유동성이 뛰어나고 위험이 없는 채권들이 담보로 인정된다. 문제는 국공채나 통안채는 수익률이 낮아 증권사들이 이런 국공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런 간격을 증권금융이 메워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증권금융이 연기금으로부터 국공채 등을 낮은 금리로 빌리고 이를 증권사들에 RP거래를 위한 담보로 빌려주는 구조다. 이런 거래는 증권금융이 당국으로부터 RP중개업무 인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증권금융은 증권사의 RP거래 상대방이 없으면 RP를 직접 매입해주거나 다른 거래상대방을 찾아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증권금융이 RP시장의 유동성 공급자와 거래 중개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금융권에 더 이상 콜자금을 쓰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며 "다만 RP시장에 여러 제약요건들이 많다고 하니 이런 것들을 해소해 줌으로써 콜시장으로의 편중을 막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