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버블`..희비 엇갈리는 글로벌 자산시장

조선일보 기자I 2007.11.19 07:23:01

선진국 버블 곪아 터지니 신흥국 버블 새로 돋아나…
美·유럽 부동산 냉각… “미국인 200만명 집 잃을것”
中증시 최근 하락 불구 “내년엔 8000” 낙관론 일색

[조선일보 제공] 장면1=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 셴샤루(仙霞路)에 있는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사. 중국 3대 증권사 가운데 하나인 이 증권사의 객장은 3개 층에 걸쳐 있는데, 대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주식 투자자들로 늘 문전성시다.

이 회사는 올 들어 20만 위안(약 2500만원) 이상 투자하는 고객에게는 2, 3층에 별도의 컴퓨터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100만 위안(약 1억2500만원) 이상을 예탁하면 칸막이된 별도의 방까지 제공한다. 한 직원은 “담요와 도시락까지 가져와 먹고 자는 시간까지 아껴 투자하는 사람도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장면 2=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의 스톡턴(Stockton). 인구 30만명의 소도시인 이곳 주택단지에 가보면 ‘헐값 매각’ 간판이 줄줄이 세워져 있다. 최근 이 도시는 ‘주택압류 1번지’란 명예롭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27가구당 1가구가 주택을 압류당해 미국 도시 중 압류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 지역 저소득층 주민 상당수는 수년 전 저리(低利)의 변동금리로 집값의 100%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그러나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빚을 갚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버블이 계속 부풀어 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버블이 꺼지고….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버블 붕괴 우려 아랑곳 않는 중국 증시

중국은 최근 한 달간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다. 한때 6000포인트를 넘었던 중국 증시는 최근 5100포인트대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한 달 동안 상하이와 선전 A주의 시가총액은 무려 4조8326억 위안(약 577조원)어치가 허공으로 증발했다.

하지만 중국인의 투자 열기는 오늘도 꺾일 줄을 모른다. 지난 14일 하루에만 291억4900만 위안의 자금이 중국 증시에 새로 유입돼 단일 하루 자금 유입액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샤오추(吳曉求) 이코노스미트는 “2020년까지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금의 배로 커질 것”이라며 “국내외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오상증권(招商證券)과 상하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중국 금융기관들은 “위안화 절상, 중앙정부의 긴축정책 같은 불안요소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내년에는 상하이지수가 7000~8000에 이를 것”이란 낙관론 일색이다. 많은 해외 전문가들이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유럽 부동산 버블 꺼지나

미국, 유럽의 부동산 시장도 작년까지는 중국 증시처럼 뜨거웠다. 지난해 미국의 주택 가격은 7.7% 상승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빚을 얻어 집을 샀다.

그러나 올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주택시장은 단번에 얼어붙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Stiglitz)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여파로 아마 내년에는 미국인 약 200만명이 살 집을 잃고, 이들이 집을 내놓으면 부동산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0년간 집값이 매년 10%씩 올랐던 유럽에서도 집값 거품이 빠지고 있다. 1990년대 집값이 3배나 올랐던 스페인의 경우도 지난 7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주택가격도 3분기(7~9월)에 떨어지기 시작,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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