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헌기자]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앞으로 변호사나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사업자들이 수임건수 뿐 아니라 건별 금액까지 국세청에 자세히 적어내도록 강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반자영업자들 가운데 돈을 많이 벌면서도 세금누락을 위해 장부기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사람들은 장부작성자에 비해 세부담이 불리해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1일 언론사 신년 합동인터뷰에서 새해 주요 조세정책으로 `고소득전문직 소득파악 강화`와 `장부기장 확대` 방침을 밝혔다.
한 부총리는 "현재 변호사나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국세청에 `수입금액명세서`(매출소득자료)를 낼 때 개략적으로만 써 내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수임건수와 건별 수임액수 등을 자세히 적어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별도 가산세를 부과하거나 세무조사 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이행강제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변호사들은 각 지방변호사협회에다 수임건수와 수임료 등의 자료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하고, 협회가 이를 국세청에 제출하도록 변호사법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법무부 등과 협의할 방침이다.
현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등은 협회에 매출소득관련 자료를 내고 있지만 변호사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방안들이 실행되면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들은 부가세 신고를 할 때 그간 두루뭉실하게 적어내던 수입금액명세서를 상세히 기록해야 하고,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협회에도 수임관련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셈이다.
앞으로는 과세당국이 실제 건별 수임액수가 신고내용과 일치하는지를 검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한 부총리는 이와함께 "개인이 부동산소유권 관련 소송을 할 경우 변호사비가 들어갔다면 이 돈을 양도소득세 산정 때 비용처리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통 양도세를 낼 때는 부동산을 처음 살 때 들어간 취득 등록세나 중개수수료 집수리비 등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공제해 주는데, 여기에 변호사 비용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송과 관련한 변호사들의 수임금액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보겠다는 것이다.
한편, 장부를 쓰지 않는 일반 자영업자(추계사업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지금보다 많이 물린다.
한 부총리는 "기장사업자는 증빙이 없으면 경비인정이 안되는 반면 추계사업자는 증빙없이도 비용이 일정수준 인정되므로 세금계산에서 유리하다"며 "추계사업자 세부담이 장부기장 사업자에 비해 지금보다 불리해지도록 경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계과세제도는 영업에 들어간 비용에 대한 증빙자료가 없어도 일정비율을 경비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자는 기장의무가 있지만 현재 신고사업자의 46%는 장부없이 추계과세되고 있다.
아울러 한 부총리는 "무기장사업자에 대해 가산세를 중과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말했다. 현재 무기장사업자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20%부과하고 있으며, 장부기장을 하는 소규모사업자에 대해서는 기장세액공제를 통해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재경부는 "돈을 많이 버는 자영업자들이 매출을 속이기 위해 기장을 하지 않고 영세자영업자인양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타깃으로 해 추계과세를 축소하고 장부기장을 확대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조치가 소규모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필요한 보완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부총리는 8·31정책 추가보완대책과 관련해 "8·31정책에서 마련한 공급측면 정책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서민의 주거생활 개선을 위해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될 것"이라며 "대책내용을 부동산실무 태스크포스에서 논의중이므로 내년초쯤 정책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공공역할 강화, 서민의 주거부담 완화를 위한 분양 임대제도개선 등 다양한 제도적 개선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제도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위주 주택공급을 위해 무주택기간 소득 자산 가족수 등을 감안해 청약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