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이제 더 이상 내집마련의 꿈을 꾸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 집값이 올랐다. 이런 와중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까지 계속 올리겠다고 하니 집 사기는 더욱 글렀다. 결국 집값은 떨어질 것이고 소비와 경제가 침체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메릴린치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4일 보고서에서 펀더멘털에 기반하지 않은 미국의 집값 상승세를 지적, "중력을 너무 오래 무시하면 때때로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며 이같은 시나리오를 내놨다.
로젠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무주택자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 능력(First-Time Buyer Affordability) 지수`는 지난 2분기중 70.1로 전분기대비 6.7포인트 추락, 지난 1989년 3분기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 7%나 떨어졌다.
지난 1989년 당시 30년만기 모기지 금리는 10%에 달했으나 지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내집 마련하기가 똑같이 어려운 것은 지금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로젠버그는 "최근의 집값 상승세와 소득 증가세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 지를 밝혀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초구입 주택가격은 최근 1년새 14% 급등했지만, 구입자들의 소득은 4%를 약간 넘는 속도로 늘었을 뿐이다. 집값와 소득 추세간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로젠버그는 지적했다.
최초구입 주택가격 대비 소득 배율은 5년전 4.0배에서 2년전 4.7배로 높아졌으며, 지난해에는 5.0배로 상승한 뒤 지금은 5.5배에 달하고 있다. 현 수준은 장기 평균치보다 40%나 높은 상태다.
결론은 간단하다. 소득이 대폭 늘든지, 금리가 크게 떨어지든지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수요가 더 이상 늘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89년 당시 신규주택 판매는 5%, 기존주택 판매는 10% 가량 감소했다. 새 집 가격은 3.2%의 하락세로 돌아섰고, 모기지 주택의 가격지수 상승률은 2.4%로 둔화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가 돼 버렸다.
주택시장 냉각은 경제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기지 리파이낸싱으로 집값 평가익을 즉각 현금화해 온 소비자들의 돈줄이 말라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로젠버그는 집값 상승으로 생긴 `보너스`가 그동안 소비 증가율을 1%포인트 끌어올렸다면서 "이 것이 지금 미국경제 호황의 기본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3분기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지금 두 가지 큰 위험이 있다"며 결론지었다. △연준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할 가능성과 △이로 인해 주택가격 붐이 끝나버릴 가능성이다.
로젠버그는 최근 금리전망 보고서에서 연방기금 금리가 4.25%로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당초 예상치를 높이면서도 내년 성장률은 3.2%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그는 미국 연준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런 전례를 보여준 영국의 중앙은행이 마침 이날 금리를 인하하며 소비 살리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