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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주화 단체도 반대...광주시, 왜 정율성 공원 고집하나

논설 위원I 2023.08.30 05:00:00
평생을 북한과 중국 공산당의 편에 서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했던 광주 출신의 중국 귀화 작곡가 정율성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시가 공원조성사업을 진행하는데 대해 민주화단체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역 학생단체와 호남 일부 시민단체들이 규탄집회를 연데 이어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도 엊그제 주요 일간지에 반대 광고문을 냈다.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 지역에 관계없이 정율성공원 조성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율성은 북한군과 중국군의 공식 군가였던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직접 만들어 북한과 중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으로 참전해 그들을 선동하고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의 멸절에 앞장섰던 열렬 공산주의자다. 그런 그를 한중 우호의 상징 인물로 띄워 국가유공자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게 문재인 정부였다.

문 정부는 정율성을 연결고리로 중국과의 관계증진을 도모하고 시진핑 답방을 추진하는 등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방중 직후 독립운동 행적 자체가 불분명한 그를 보훈처(현 국가보훈부)를 통해 독립운동 유공자로 만들 것을 지시했지만 심사위원들조차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2020년 정무수석 출신의 강기정 시장이 이끄는 광주시를 통해 국비 48억원을 투입,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에 착수했다.

그동안 그를 단순 독립지사로, 광주 태생의 유명한 작곡가 정도로 알고 있었던 많은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그의 반국가적 행위의 실상이 진작 알려졌다면 영웅처럼 묘사하는 일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과 보훈부의 전면 백지화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강 시장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민주당도 철 지난 색깔론으로 몰며 정치공세를 펴는 건 국민과 역사를 우습게 아는 일이다. 단순히 공산당원이라는 점을 떠나 그는 독립유공자로서의 업적도 불투명한데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던 인물이다. 아무리 한중 우호의 가교역할을 한다고 해도 논란의 한복판에 선 그를 혈세를 들여 기려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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