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수출통제 정보교환 플랫폼·차관급 워킹그룹 구성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수출 통제 실행과 관련 정보 교환을 하는 차관보급 대화 플랫폼 및 통상과 투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차관급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첨단 반도체와 장비 수출을 제한한 이후 긴장 완화에 나선 모습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오른쪽 가운데)이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AFP)

2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27일 베이징에서 만나 △차관보급 수출통제 실행 정보교환 △차관급 상무 워킹그룹 구축에 합의했다. 러몬도 장관이 나흘간 진행될 중국 방문 첫날에 나온 내용이다.

수출 통제 실행 정보교환은 미국의 국가 수출 규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이다. 첫 실무미팅은 29일 중국 상무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상무부의 차관보급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은 매튜 악셀로드 수출 집행 차관보가 참석한다. 미국 고위 관계자는 “적어도 매년 회의를 가질 것이고, 수출 규제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규제와 관련 오해를 푸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관급 상무 실무그룹은 1년간 두차례 열리는데 이 자리에는 민간부문 대표 등도 참여하는 등 양국간 무역과 투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종의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분야별 전문가를 불러 행정절차 개선 및 기업기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기술적 논의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첫 회의는 내년초 미국에서 열린다.

미 상무부는 결코 이번 합의가 중국과 수출규제를 타협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왕원타오 부장과의 회담 뒤 “우리는 국가 안보 문제에 있어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면서 “수툴 통제 집행 및 정보 교환 채널은 (안보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오해를 줄일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타협에 나설 것을 경계하는 미 의회를 고려해 최소한의 소통채널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 채널은 미국 수출 규제 조치를 준수하는 방법과 정책에 이면을 중국에 설명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미팅에서 드론 장비에 대한 새로운 규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러몬도 장관은 아울러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중국의 표적이 된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마이크론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미국의 다양한 관련 우려를 왕 부장에게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이 이달 들어 시작한 희귀광물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관해서도 함께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역과 관련돼 있다”면서 “양국 무역과 투자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편, 러몬도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6월 이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다. 미중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최근 미국 고위관료들이 중국을 연이어 찾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 지도부와 현지에 진출한 미국 기업인들을 잇달아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