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간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AI가 자동으로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55%로 집계됐다. 인간 펀드매니저가 하나하나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국내주식형 액티브 주식 전체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15.82%로, 수익률 측면에서는 AI를 앞질렀다.
다만 AI와 인간 펀드매니저 모두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올 들어 코스닥 지수는 27.8% 상승했다. 주요 20개국(G20) 주가 지수 중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106.08%)와 미국 나스닥 지수(29.8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도 같은 기간 14.66% 상승했다.
상반기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중 수익률 1위는 ‘유진챔피언뉴이코노미AI4.0증권자투자신탁(H)[주식]ClassC-I’로, 연초보다 17.67% 올랐다. 이어 ‘미래에셋TIGERAI코리아그로스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14.65%, ‘KB올에셋AI솔루션EMP증권자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UH)A-E’이 9.0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중 지수 상승률을 아웃퍼폼하는 상품이 나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총 관리자산(AUM)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AI 자동투자 서비스인 콴텍의 ‘파이어족 꿈꾸기’는 올 들어 44.59%로 코스피 대비 3배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AI의 ‘야수의 심장(급등락장에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행태)’이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심리가 개입하지 않아 오히려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파이어족 꿈꾸기’ 상품은 한국 중소형주 중에서 유망한 강소기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한다. 현금이 많은 중소형주 중심으로 구성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상승장보다는 하락장 방어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2년 수익률을 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주식형 액티브주식 펀드가 13.97% 하락할 때 로보어드바이저는 6.5% 빠지는 데 그쳤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는 사람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 과정을 줄여 대신 글로벌 분산투자를 해 주는 것”이라며 “단기가 아닌 장기적 자산 배분과 수익 창출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펀드매니저의 운용보다 수익률이 약세를 보임에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늘고 있다. 2017년 초 637억원인 설정액은 2020년 초 481억원까지 낮아졌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2021년 1083억원까지 급증했다. 올 초 설정액도 1154억원으로 늘어났다. 변동성 장세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시장 추세를 분석하고 모멘텀을 포착하는 AI에 투자 결정을 맡기려는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도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가이드라인도 준비하고 있어 AI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투자를 목표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할 때 단기의 높은 수익률보다는 꾸준한 수익률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스콤에서 로보어드바이저테스트베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양훈석 코스콤 혁신금융기술심사팀장은 “아무리 훌륭한 로보어드바이저라도 매번 수익을 내기 어렵고 손실 구간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전 기간에 걸쳐 고르게 수익률이 나오는 것이 좋은 알고리즘으로, 샤프 지수(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수익을 나타내는 지표)가 높고 표준편차와 최대손실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